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한다. 변해야 생명 있는 것이라는 사람도 있다. 무생물 또한 변한다고 한다. 바람도 그렇다 하니 신기할 정도다.
이 땅에 '빌딩바람'이 새로 태어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작년 한 연구에서 국내 존재가 확인되고 발생 횟수가 엄청난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도심 상공을 지나다 고층건물에 막혀 땅으로 내려온 강풍이다. 내려선 바람은 빌딩 사이 좁은 공간을 통과하느라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다. 태풍 급으로 변한 경우도 있다.
빌딩풍(風)은 쓰레기를 이리저리 휘날린다. 현수막을 마구 찢어 놔 천을 더 강한 것으로 교체해야 하는 수가 있다. 도심 나무들의 물 증산작용을 크게 늘려, 말라죽지 않게 하려고 천을 감아줘야 할 경우가 나타난다. 그리고 빌딩풍은 장애물을 만나 소용돌이처럼 솟구쳐 오를 때가 있다. 치마를 걷어 올릴지 모른다. '먼로바람'이란 별명이 붙는 이유다.
지난 주말 제시된 한 논문에 따르면 한반도에 도달하는 태풍의 성질도 엄청 변했다. 숫자가 늘고 위력이 커진 것은 기본이고, 상륙 지점조차 서해안에서 남해안으로 바뀌었다.
1970년대까지는 대체로 충남 서해안에 상륙한 뒤 중부지방을 통과해 강원 동해안으로 진출했다. 1980년대 이후엔 훨씬 처져 내려간 전남 구간 서해안으로 상륙하곤 경북 동해안으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아예 남해안 복판으로 상륙해 영남지역을 관통한다. 태풍 피해를 고스란히 뒤집어 써야 하게 된 영남으로서는 뜨끔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대구에 불어오는 바람 방향 또한 많이 달라진다는 관측이 있었다. 대구기상대 관계자가 1980년대에 이미 근거를 제시한 바다. 1960년 이전 30년간 주 풍향은 겨울 서풍, 여름 동풍이었으나, 1970년대 평균값은 북서풍과 남동풍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대구시내 공단 입지 판단 등에 매우 중요한 자료가 아닐 수 없다. 그 즈음 조성한 성서공단 위치가 부적합하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었다. 오염도 조사에서 가장 맑아야 이치에 맞을 앞산 밑 대기가 더 탁한 것으로 나오는 게 성서공단 영향인지 모를 일이다.
대구 서북쪽엔 앞으로도 세천공단이 또 하나 들어설 예정이다. 최근 대구 풍향은 또 어떻게 변해 가는지 궁금하다. 결코 사소하다 할 수 없는 일이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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