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야 어떻게든 견디겠지만 중학교 2학년인 여동생이 걱정이죠."
고3인 박지연(가명·18·수성구 황금동)양은 수험공부에 열중해야 할 때인데 몸이 불편한 부모님과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다 보니 이만저만 고통스럽지 않다. 부모님이 모두 병을 앓고 있다 보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지연이 아빠는 6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 머물며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혼자 생계를 감당하느라 힘이 부쳤던 엄마마저 2년 전 병을 얻고 말았다. 무리한 노동에 허리디스크를 얻어 지금은 걷는 것조차 힘이 들 정도가 됐다.
아무도 돈을 버는 사람이 없다 보니 생활은 늘 쪼들린다. 친지들이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보니 지연이는 어릴 때부터 모아온 저금 150만원마저 생활비로 내놓았고, 이제는 이 돈마저도 바닥난 상태다.
부모의 벌이가 없어지면서 지연양은 몸과 마음의 상처를 한꺼번에 얻었다. 제대로 먹지 못하는데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류머티스 관절염과 위염이 생겼지만 빠듯한 살림에 치료는 손을 놓았다. 1학년 때는 굶기도 많이 했고, 2학년 때는 학교에서 급식비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져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으면서 마음에 상처까지 입었다. 그래도 지연이는 '맏이'로서 책임감이 강한 아이였다. 네 살 아래 동생을 먼저 챙겼다. 지연이는 "저도 가난한 살림에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이제 중학생인 동생은 더 힘들어 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이제 수능을 80여일 남짓 남겨놓은 지연이는 "마지막 준비를 착실히 해 꼭 교대나 사범대에 진학할 것"이라고 했다. 형편이 좋지 않다 보니 국립대에 진학해 등록금 부담도 덜고, 장래 일자리 걱정까지 덜 수 있으니 교사만큼 지연이에게 딱 맞는 직업이 없다는 것. 지연이는 "빨리 사회인이 돼 부모님 편히 모시고 동생 뒷바라지 잘하고 싶다"며 "가난이 대물림되게 할 수는 없으니 누구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죠"라고 밝게 웃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박지연양에게 희망을 나눠 주실 후원자를 찾습니다. 매달 몇 천원이라도 고정적으로 기부를 해 주실 분은 희망나눔 캠페인 홈페이지(hope.daegu.go.kr)에 신청하거나 대구시청 자치행정과(053-803-2823)로 전화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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