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의 21세기 화두는 단연 '융합'(fusion 또는 convergence)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2005년 한국을 방문한 저명한 미래 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앨빈 토플러는 21세기는 융합의 시대라 강조하고, "한국의 미래는 융합기술에 달려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은 2000년부터 생물과학을 중심으로 나노 테크, 뇌 과학, 정보과학, 환경, 도시문제 등을 하나로 한 융합적 연구와 기초과학의 산업화로 협동 연구의 가닥을 잡고 있다. 국내 과학계도 이미 2006년 한국 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융합과학'이란 주제로 워크숍을 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으며, 최근 대학, 연구소 및 산업체에서도 학제 간 융합 커리큘럼과 연구로 학문 간 협력이 되고 있다.
화학은 신약 개발의 핵심이며, '의약 화학' '화학생물'등 화학을 근거로 한 융합적 연구는 시대의 요청이며 많은 과학자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이다. 화학을 기초로 한 바이오 테크의 발전은 단백질 등의 생리활성물질을 대량 생성케 해 바야흐로 '바이오 의약'의 시대를 열어 약을 치료 부위에 운반하는 약물 전달 시스템의 개발에도 힘을 쓰게 되었다. 그 예로 노벨상 수상자 스몰리 (Smalley) 교수 등이 연구한 축구공처럼 빈 '풀러렌스'나 생물 촉매인 '사이클로덱스트린' 등은 그 구조상 약물의 운반체로, 여기에 화학, 고분자화학의 융합은 생체재료, 의학과 공학의 융합은 '생 의공학'이란 새 학문을 탄생시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얼마 전 말라리아의 치료에 비상이 걸려 있으나, 다행히 치료제인 아르테미니시닌(Artimisinin) 및 모기 기피제 20여종이 화학자에 의해 합성되었다. 생명 활동의 사령탑이며 생명과학에서 미개척 분야인 인간의 뇌는 최근 탄소 동위원소가 든 화학 물질을 합성 주입하여, 치매 같은 뇌 장해, 암의 크기, 전이를 진단할 수 있어, 난제인 뇌 치료약의 개발에 서광이 보인다. 독일 훔볼트재단의 사무부총장인 기젤라 야네츠케(Gisela Janetzke) 박사도 "뇌 과학이야말로 자연과학과 심리학의 통섭으로 설명이 가능한 분야"라 강조했다.
체내의 대사 과정에서 생긴 일부 산화물이나 자유라디칼은 DNA 등을 공격해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이들 활성물질을 억제, 제거하는 항산화제는 각종 음식에 들었으나 화학적으로 대량 합성할 수도 있다. 최근 프랑스 낭츠 대학의 생물유기화학자 등이 해산 식물로부터 항산화성의 다가페놀(polyphenolic ) 색소를 분리했다는 보도이다. 작은 분자의 세계를 취급하는 화학의 발전은 항공 우주분야와도 융합 연구가 기대되며, KAIST와 (주)스페이스솔루션의 공동연구인 달착륙선의 친환경 연료개발은 우주 선진국의 길을 연 한 예이다.
나노 화학은 응용물리와 융합, 액정, 디스플레이, 유기계 트랜지스터, 태양 전지 및 수소의 저장 등 전자 공학 분야에까지 발전되고 있다. 또 세렌화카드뮴(CdSe)이 나노 입자로 될 경우 그 값이 수천 배로 뛰면서 신 연금술의 시대를 열었으며 진단 의학으로서 캡슐형 내시경에 산화은(AgO) 배터리를 쓰는 등 금후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화학을 중심으로 물리, 전기, 정보와 같은 다분야의 융합적인 연구가 기대된다.
독일의 화학자 하버의 암모니아 합성, 최근 농약, 고분자 물질의 개발은 인간을 기아에서 해방시켰고, 천연 목재의 사용량을 줄여 생물 자원보존은 물론 화학이 준 비료, 물의 소독제, 살균제, 항생제, 항암제 등은 인간을 불로장생케 했다.
세계의 불량 농경지 67% 중 그 반은 철분 부족의 석회질로 식물 성장이 어려우나 철 흡수 메커니즘을 밝혀 이에 적응되는 곡물 개발로 식량, 바이오 에탄올, 사막의 녹화 등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차후에 화학, 유전공학, 작물학 등이 융합해 병충해 내성, 기능성 벼의 개발에 가일층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화학은 금세기의 큰 과제인 IT, BT, NT, ET, 및 ST와 융합, 그 핵심을 이루고 있다.
여수동 경북대 명예교수(KISTI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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