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발가벗은 역사/리처드 작스 지음/마정화 옮김/고려 문화사 펴냄

'수세기 동안 남자들은 아내가 오르가슴에 이르지 못하면 아기를 갖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열심히 노력했고 아내들은 즐거웠다. 바빌로니아에선 모든 여자가 일생에 한번은 아프로디테 여신의 신전 앞에서 낯선 남자를 만나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법이 있었다. 어여쁜 여인들은 일찍 남자를 만나 일을 처리하고 집으로 갔고, 못생긴 여자들은 오래 기다려야 했다. 티베트에서는 남자 경험이 없는 여자는 신을 기쁘게 하지 못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처녀를 아내로 맞이하려는 남자가 없었다.'

이런 이야기들은 점잖은 역사서에 나와 있지 않지만 사실이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들이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절박한 현실이기도 했다.

책은 고대 아시리아인들의 이야기에서부터 20세기 미국의 워런 하딩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성에 관한 이야기들을 연대순으로 모아놓았다. 그림 자료도 덧붙여 흥미를 더하고 있다. 수간 재판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동물들, 카프리 섬에 매춘굴을 만들었던 티베리우스 황제, 한밤중에 궁중을 빠져나가 라이스시카라는 가명으로 매춘을 일삼았던 메살리나 황후, 코를 보고 남편을 고른 요한나 여왕 등 성과 관련된 역사의 이야기를 세세하게 담고 있다. 460쪽, 1만5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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