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발 농사 좀 짓게 해주세요"

고속철 공사로 지하수 새 비닐하우수 엉망…경주 내남면 덕천리

경주 내남면 덕천리에서 토마토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최규락씨가 인근에 들어선 경부고속철도 12-3공구 노반 토목공사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채수기자
경주 내남면 덕천리에서 토마토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최규락씨가 인근에 들어선 경부고속철도 12-3공구 노반 토목공사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채수기자

"철도 노반공사를 하면서 지하의 수맥을 건드리는 바람에 농사를 망치게 됐는데, 회사 측은 대책은 세우지 않고 국책사업이니 이해해 달라고만 합니다."

경주 내남면 덕천리에서 토마토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최규락(55)씨는 "인근에 들어선 경부고속철도 12-3공구 노반 토목공사로 인해 앞으로 농사를 짓기 어렵게 됐다"고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 12-3공구는 내남면 덕천리~울산 울주군 활천리(5.5㎞)로, 내남면 구간은 지난해 6월 공사가 완료됐다.

최씨는 1991년부터 19년째 이곳에서 2천600여㎡의 토마토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는데, 고속철도 노반공사를 한 뒤부터 철도 노반 부근에서 새나온 지하수가 바로 옆 비닐하우스로 스며드는 바람에 토마토 농사가 엉망이 됐다는 것.

이로 인해 최씨는 양수기를 동원, 새나온 물을 인근 배수로로 흘려보내고 있으나 올해 토마토 농사는 예년의 절반가량도 수확하기 힘들게 됐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내남 덕천들은 예로부터 물이 별로 없던 곳이었는데, 고속철도가 들어선 뒤부터 마을의 풍수마저 바뀌었다"면서 "제발 농사만 지을 수 있도록 성토를 해주든지 대책을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수자원학회 등 신뢰성 있는 기관에 문의한 결과 토목공사와 지하수 용출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최씨의 사정이 딱하기는 하지만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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