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진 시련 이겨냈기에…더 화려한 '그들의 불꽃打'

KIA 김상현, 삼성 강봉규·신명철, 한화 강동우

'내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오는 법이다. 다만 그동안 부단한 노력이 전제돼 있어야 어렵게 잡은 기회를 허공에 날려버리지 않는다. 오랜 부진의 늪을 헤치고 2009시즌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최고의 한 해를 구가하고 있는 타자들이 좋은 예다.

올해 프로야구에서 가장 빛나는 별은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야구 돌풍을 일으켰던 선수들이 아니다. KIA 타이거즈 타선의 핵 김상현이 그 주인공. 프로 7년차인 그는 올해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리그를 주름잡는 거포들을 제치고 26일까지 당당 타점(104개)과 홈런(28개) 1위를 질주 중이다. KIA를 상대하는 투수들은 최희섭보다 그를 더 경계할 정도다.

LG 트윈스 시절 김상현은 만년 유망주였다. 뛰어난 힘에 성실성을 겸비, 곧 꽃을 피울 것처럼 보였으나 그의 위력은 2군에서만 드러났다. 결국 2008시즌이 끝난 뒤 FA(자유계약 선수)로 영입된 정성훈에 밀려 고향팀 KIA로 트레이드됐다. KIA 코칭스태프는 꾸준히 믿음을 보내며 자신감을 불어 넣어줬다. 더 이상 주눅 들지 않는 김상현은 잠자던 KIA 타선을 깨웠다.

프로 11년차 강동우의 유니폼은 푸른색이 아니라 오렌지색이다. 그는 1998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데뷔하자마자 3할 타율을 달성하며 삼성의 돌격대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그해 플레이오프에서 외야 플라이 타구를 잡으려다 펜스에 부딪히며 정강이뼈가 부서진 뒤 긴 시간을 재활로 보내야 했다. 2002년 부활에 성공했으나 이후 주전 경쟁에서 밀려 팀을 떠났다.

올 시즌 강동우가 몸담고 있는 팀은 한화 이글스. 경북고 출신으로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뻔했던 그에겐 벌써 네 번째 둥지다. 두산 베어스, KIA에서도 제자리를 찾지 못했지만 올 시즌 마땅한 1번 타자감이 없던 한화 이글스의 톱타자로 안착했다. 김인식 감독의 굳은 신뢰 속에 타율 0.294, 10홈런, 22도루를 기록하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 중이다.

이번 시즌 강봉규, 신명철이 없었다면 삼성 라이온즈가 4위 싸움을 벌이진 못했을 것이다. 프로 10년차인 강봉규는 올해 좌투수 전문 대타 요원 딱지를 털어냈다. 현재 그는 사자군단 부동의 3번 타자. 올 시즌 개막 전만 해도 주전 자리가 위태로웠던 9년차 신명철도 수비형이 아니라 공·수를 겸비한 선수로 거듭났다. 모두 지난 겨울 포기하지 않고 흘렸던 피와 땀의 결과물이다.

이들은 모두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고 소속팀을 옮기는 등 아픈 과거를 딛고 일어섰다. 때문에 이번에 잡은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안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고 자신감을 되찾은 이들 넷의 활약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채정민기자 cwolf@ms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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