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빅4 대도시 KTX驛舍 '대구오페라 바이러스'

축제 홍보 순회연주회 시민들 눈·귀 사로잡다

대구오페라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26일 오후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대구오페라 축제 홍보를 위한
대구오페라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26일 오후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대구오페라 축제 홍보를 위한 '플레시 몹' 형태의 돌발 연주회를 열어 시민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 음악사에 남을 만한 도전이었다. 70여명의 연주단이 축제 홍보를 위해 하루 만에 서울·대전·부산·대구 등 4개 대도시 KTX 역사에서 순회 연주회를 갖자는 발상은 무모해보였다. 하지만 800km의 여정은 환호와 갈채로 보답 받았다.

2009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홍보하기 위한 대구 음악인들의 '플래시 몹' 연주회가 전국 시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새기며, 축제 성공을 예고했다.

26일 오전 대구오페라페스티벌오케스트라(DOFO) 단원과 이 깐딴디 중창단 등 70여명이 동대구역에 집결, KTX열차에 탑승할 때만 해도 긴장감이 역력했다. 열차 대합실과 같은 혼잡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깜짝 연주회가 성공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청원경찰복 차림의 김상충(바리톤)씨는 "청중들이 얼마나 호응해줄지, 노래 소리가 흩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오전 10시 50분 서울역 2층 대합실. 우렁찬 트럼펫 소리로 시작한 연주회는 추석 열차표 예매를 위해 모인 시민들의 이목을 단번에 집중시켰다. 대합실 내에 흩어져 있던 40여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순식간에 집결, 카르멘 서곡을 활기차게 연주하자, 시민들은 가던 걸음을 멈췄다. 이어진 남성 중창단이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열창하자, 앵콜을 외치는 환호와 박수 소리가 일제히 터져 나왔다. 총 연주 시간은 7분 남짓이었지만, 대구 오페라 축제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열차표 예매를 위해 왔다는 이미진(45·여·서울)씨는 "세 곡으로 끝나 너무 아쉽다. 기차표를 끊고서라도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대전행 기차를 타기 위해 삼삼오오 재집결한 단원들의 얼굴에선 그제서야 화색이 돌았다. 박은지 DOFO 악장은 "시민들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며 한시름 던 표정이었다. 지난 두 달간의 땀은 헛되지 않았다. 단원들은 이날 연주를 위해 세 번의 리허설을 했고, 악보를 모조리 외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식사는 다음 행선지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했고, 현악기의 늘어진 줄도 기차 안에서 조였다. 오직 축제의 성공을 위해 전 연주자들이 노 개런티로 출연, 한 마음으로 뭉쳤다.

오후 12시 40분. 대전역 연주에서는 승객뿐 아니라 인근 분식점 주인, 직원들까지 가세했다. 구미로 가던 길이었다는 김준태(22)씨는 "대구에서 이런 축제를 한다는 게 지역민으로서 뿌듯하다"며 꼭 축제에 가겠다고 했다. 오후 3시20분, 부산역 공연에서 한 코레일 승무원은 "다음에도 우리 역에서 꼭 연주를 해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했다.

오후 5시 50분, 마지막 동대구역 연주는 이날 여정의 하이라이트였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현수막 아래에서 연주를 마친 단원들은 쏟아지는 환호에 목례로 화답했다. 출장길이던 김범일 대구시장도 깜짝 참석해 단원들을 일일이 격려했다. 이날 화려한 무대를 마다한 연주자들은 어떤 무대에서보다 빛나 보였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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