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송국 사람들]TBC PD 전병준씨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의 열정과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 중심에 있는 사람이 PD(Program director)다.

TBC '생방송 투데이'(월~목 오후 5시 40분~6시 20분) 화요일 방송을 맡고 있는 전병준 PD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18일 오후 1시 50분경.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이 뉴스 화면을 수놓는다. 전병준 PD는 오늘 방송 계획의 변경이 있는지 체크한다. 특집 방송 때문에 프로그램 분량이 20여분 줄어든다. 어떤 VCR을 뺄 것인지 작가와 상의한다.

오후 4시. 전날 편집해놓은 VCR을 보며 미리 뽑아놓은 방송 자막을 확인한다. 원고는 이미 낮 12시쯤 나온 상태. 그동안 방송작가와 PD는 함께 원고 수정을 마쳤다. 오후 4시쯤엔 MC와 패널들이 모여 이날 방송이 어떤 느낌으로 갈 것인지를 확인한다. 5시 20분. 방송 20분 전이 되면 엔지니어 등 관계자 모두가 큐시트(Cue Sheet)를 확인한다. 생방송에는 시간대별로 정확한 큐시트가 필수다. 점검을 마치면 각자의 위치에서 방송 시작을 준비한다.

방송이 시작되면 PD는 작가와 함께 부조정실에서 모든 상황을 체크해야 한다.

대구의 공중파 방송사 PD들은 약 80여명선. TBC, 대구MBC, 대구KBS는 각각 20~30명선이고 이 밖에 대구교통방송, 대구평화방송, 대구불교방송, CBS대구방송 등이 각각 5명 내외다.

지역의 방송 제작 여건은 서울 방송사와 비교할 때 하늘과 땅 차이. 서울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스태프 수만 100명 이상이지만 지역 방송사의 경우 주력 프로그램조차 10명 이상 배정받기 힘들다. 또 PD가 여러 명인데 반해 지역의 경우 1, 2명이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작비와 인력의 차이가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요즘은 프로그램에 VJ들을 많이 쓴다.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달라졌기 때문에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외부 제작사에서 대구경북에 활동하고 있는 VJ들은 10여명 정도. 이들은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프로그램 제작에 일조한다.

■"생생한 아이템 사람에게서 나와요"

'바다를 썩지 않게 하는 건 단지 3%의 소금이다/눈물의 짠맛, 땀방울의 짠맛도 그런 이유일까?/소금기 배어나는 하루. 썩지 않는다는 작은 위안을 얻는다.'

인적 드문 감포항 파도소리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광고와 음악으로 쉴 새 없는 라디오에서 청량한 한줄기 빈 바람같은 코너였다. '소리와 울림'을 기획한 것은 TBC 전병준 PD. TBC 라디오 개국과 함께 라디오 PD로 입사했다.

"음악이나 뉴스 말고 '소리'라는 소재 자체를 활용해보고 싶었어요. 라디오의 가능성을 실험한 거죠."

그는 영화 '봄날은 간다'의 유지태처럼, 일상의 소리들을 담았다. 새벽에 비가 내리면 앞산으로 뛰어가 녹음했고 어머니에게 된장찌개를 부탁한 후 그 소리를 담았다.

내레이션도 평범한 일반인의 목소리를 담았다. 훨씬 반응이 좋았다. 50분짜리 3부작 라디오 다큐멘터리 '소리의 힘'은 지난해 '한국방송대상 지역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일본은 소리도 자원으로 인식합니다. 아직 우리에게 이런 인식이 없죠. 하나 둘 사라지는 소중한 일상의 소리들을 모으고 싶어요."

그는 화려한 스타, 거대한 제작비에 맞서는 지역 방송사의 틈새시장을 주로 고민한다. 충분한 제작비와 인력을 가진 서울의 방송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라디오 프로그램이 경쟁력이 있다고 믿고 있다. 그가 기획했던 '휴먼다큐 TV 좋은생각'도 그가 기획한 TBC 최장수 프로그램 중 하나다. 1대 1로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진실한 모습을 담아낸다면 경쟁도 가능하다는 것.

"무엇보다 사람이 가장 큰 자산이에요. 가장 생생하고 재미있는 아이템은 사람에게서 나오니까요." 그가 오늘도 사람들을 만나는 이유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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