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송국 사람들]대구MBC분장사 강수진·오지현씨

한 번이라도 방송을 타는 이들이라면 그녀들의 손을 꼭 거쳐야 한다. 방송에는 나오지 않지만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방송국의 숨은 주역들, 바로 방송국 분장사들이다.

"아나운서나 MC, 리포터는 물론이거니와 지역 유력인사와 연예인, 심지어 대통령 후보들까지 모두 우리의 손을 거치죠. 방송에서 화장을 하고 안 하고는 차이가 많이 나요. 화장을 잘하면 10년은 젊어보이죠." 대구MBC 분장사로 있는 강수진(38'여)'오지현(38'여)씨는 자신들의 손을 통해 방송 출연자들이 돋보이는 데 대해 자부심이 대단하다.

강씨는 어릴 때부터 남들을 꾸며주는 것을 유독 좋아했다. 네 자매였는데 항상 동생들 머리를 만져주고, 옷을 입혀주는 것을 도맡아하다시피 했다. 강씨는 꾸며주는 행위를 하나의 작품으로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둘도 없는 친구였던 그녀들은 1995년 TBC와 인연이 돼 분장사의 길을 걷게 됐다. "TBC 개국할 당시에 프로그램 외주를 맡게 되었는데 그때 PD의 눈에 들어 분장사 일을 하게 됐죠. 당시만 해도 지역에는 분장사라는 개념이 별로 없을 때였어요." 그러다 1999년 대구MBC 공모를 통해 오씨와 강씨가 나란히 직장을 옮긴 것이다.

방송국 분장사는 일반 메이크업할 때보다 책임감이 훨씬 강하다. 방송 자막을 통해 자신들의 이름이 나가기 때문. 그렇기에 끊임없는 공부와 노력은 필수 사항. "틈틈이 각종 트렌드 세미나에 참여하고 여러 패션잡지도 꼼꼼히 살펴요. 수시로 방송에 나오는 아이돌 스타들의 화장법도 유심히 지켜보죠."

그녀들은 때때로 특수분장도 하지만 지역 방송의 성격상 아나운서 메이크업이 주업무다. 보통 남자 아나운서는 10분 내외, 여자 아나운서는 20분 정도 걸린다. "메이크업도 그때그때 달라요. 최근 김대중 전(前) 대통령 서거와 같이 슬픈 일이 있을 때는 화장할 때 베이지나 브라운 등의 차분한 색깔을 활용하고요. 경축일 같은 때는 밝고 경쾌한 색상을 입히죠. 계절이나 의상에 따라서도 차이를 둬야 해요."

변진섭'이승철'전원주 등 각종 연예인은 물론, 지역 유력인사나 대통령 후보 등 10여년 동안 그녀들은 숱한 인물들을 접했다. 지역 유력 인사들도 그녀들의 손을 모두 거쳐갔다. 특히 오씨는 2003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였던 정몽준 국회의원을 메이크업할 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정 의원 자체가 카리스마가 있잖아요. 거기다 메이크업할 당시 분장실 뒤편으로 경호원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어요. 화장하는 내내 손을 덜덜 떨면서 한 기억이 있어요."

그녀들은 화장을 하기 전에 상대방과 원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결점이나 돋보이고 싶은 부분, 선호하는 색깔 등이 무엇인지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다. "과거에는 대부분 윤곽 수정에 치우쳤는데 지금은 물광이나 내추럴 화장으로 많이 바뀌었어요. 방송에서도 자연스러움이 강조되고 있죠."

특유의 직업병도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불안증. 가끔 예정에 없던 방송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옆에 휴대폰을 항상 끼고 있다. "2005년 대구 지하철 사고가 터졌을 때 예정에 없던 속보가 방송돼야 했거든요. 그때 수영장에 있었는데 직원이 찾더라고요. 물을 뚝뚝 흘리면서 방송국에 부랴부랴 뛰어온 적이 있죠."

시간에 관한 강박관념도 있다. 친구와 약속할 때 보통 몇시라고 하는데 자신들은 '몇시 몇분'이라고 약속한다는 것. "처음에는 시간을 철두철미하게 지켜야 하니까 항상 시계를 봤어요. 하지만 지금은 손이 시계 역할을 하죠. 시계를 안 보더라도 정확하게 시간을 맞춰 메이크업을 끝내죠."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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