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스름이 지면, '학생 경찰' 순찰이 시작된다

학교 지키는 캠퍼스 지킴이

'우리 대학은 우리가 지킨다'

땅거미가 지는 오후 8시가 되면 영남대 경산캠퍼스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내가 다니는 캠퍼스의 안전은 내 손으로 지키겠다'며 나선 '영대 지킴이'이다. 1990년대 초반, 학생자율조직으로 만들어진 뒤 97년부터는 장학금까지 받는 학교 공식 조직원들이 됐다. 이들의 활동 기간은 학기 중 공휴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280㎡(85만평)에 이르는 넓디넓은 영남대 경산캠퍼스를 5개 조로 나눠 4시간 동안 수시로 야간 순찰을 돈다. 순찰을 돌다가 혹시라도 어지럽혀진 곳이 있으면 깨끗하게 정리정돈하는 일까지 이들 몫이다.

매일 자정을 훌쩍 넘기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으니 피곤이 누적될 법한데도 특유의 패기와 투철한 사명감으로 지킴이 활동에 단 한 치의 소홀함도 없다.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엄격한 규율을 스스로 정해 실천하고, 조장을 중심으로 단단한 팀워크를 발휘하고 있는 영대지킴이. 이들 덕분에 2년여 전 야간에 속출했던 폭주족 오토바이가 반 학기 만에 말끔히 사라져 야간 통행 안전도 되찾았다.

개학을 앞둔 지역 대학들이 캠퍼스 내 각종 범죄를 몰아내기 위해 자체적인 치안 시스템 가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2007년 전국을 떠들석하게 했던 '경북대 여대생 피습사건'을 계기로 지역대학들의 치안확보를 위한 노력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2005년부터 '캠퍼스 폴리스'를 운영하고 있는 계명대는 경찰학부 내 학생들이 순번을 정해 정기적으로 교내 전역을 순찰하고 있다. 인근 경찰서에서 하루 2, 3회씩 교내순찰을 지원받고 있다. 또 도난예방을 위해 단과대학과 도서관 열람실 등에 실내 CCTV를 설치하고 인적이 드문 장소에는 실외 CCTV를 설치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학생 안전은 'CU지킴이' 남학생 8명이 책임진다. CU지킴이는 평소 오후 7시부터 10시 30분까지 하양캠퍼스 교내 곳곳을 돌며 각종 안전사고 예방활동을 하고, 스쿨버스 탑승안내까지 담당하고 있다. 야간시간에 교내에 진입하는 외부차량이나 교내 난폭운전도 특별 단속한다. CU지킴이는 학기 초에는 건전한 신입생환영회 문화 조성을 위해 건물 내부까지 들어가 후배에게 술 강요하기나 구타행위 등을 집중 예방한다. 대학축제 기간에는 취사행위 등에 따른 화재발생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각종 행사시에는 교통 안내로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명인 초청 행사가 있으면 초비상이다. 학생들이 유명인에게 일시에 몰리면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CU지킴이 전원이 출동한다. 대구가톨릭대는 이들의 원활한 순찰활동을 위해 차량과 물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 해병전우회 동아리도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교내 순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구대는 캠퍼스 환경 및 시설물의 효율적인 관리와 치안 강화를 위해 경산캠퍼스 정문과 서문에 출입하는 모든 차량을 관리 감독하기 위한 차량 차단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또 학생 30여명으로 구성된 '캠퍼스 학생경찰 봉사대'를 조직하고 매일 2인 3조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대학 캠퍼스를 순찰하고 있다.

그리고 야간에는 자율 방범대인 '피스메이커'가 매일 6인 8조로 오후 8시부터 10시 30분까지 대학 캠퍼스뿐 아니라 자취촌이 밀집한 지역 중 위험지역 6곳을 선정해 매일 순찰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대구대와 경산경찰서가 공동으로 거주학생 및 지역민들의 안전과 범죄예방을 위해 CC카메라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매일 오후 10시만 되면 경일대 캠퍼스 내 통학버스 승강장에는 경일 규찰대원 10여명이 제복 차림으로 어김없이 나타난다. 10여대가 넘는 하교 통학버스가 동시에 입·출차하기 때문에 자칫 안전사고나 혼잡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규찰대가 질서유지와 차량유도에 나서는 것. 특히 신학기 초에는 통학버스 노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신입생들을 직접 버스까지 안내해주기도 하지만 버스 진출입시 안전사고 예방에 주목적을 두고 있다. 오후 11시쯤 하교버스가 밀물처럼 학교를 빠져나가면 규찰대들은 다시 4인 1조로 나뉘어 캠퍼스 야간순찰에 나선다. 정규 경비인력이 건물별로 배치되어 있긴 하지만 야간에도 학생들 상주가 잦은 학생회관이나 후미진 숲속 같은 곳을 중심으로 오전 2시까지 순찰을 돌고 있다. 각종 폭행·폭력사고를 미연에 예방하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강의실이나 동아리 방을 순찰하며 실내소등도 함께 점검하고 있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막는 첨병 역할도 하고 있다. 이 대학 배상균(건축학과 4년) 규찰대장은 "학우들의 안전을 내 손으로 책임진다는 자부심 하나로 규찰대 활동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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