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대구문화예술회관내 시립오페라단 연습실. 2009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 '투란도트' 연습이 한창인 이곳에서 만난 연출자 마르코 카테나(이탈리아·48)는 열정이 넘쳐보였다. 흰색 면 티셔츠에 면바지 차림, 아예 맨발로 나선 그는 마루바닥과 의자, 책상 위를 뛰어다니며 빠른 이탈리아어로 가수들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주문했다. 노래로, 몸짓으로 자신의 상상 속에 사는 칼라프 왕자와 투란도트 공주를 현실로 끄집어내는 듯 했다.
다음달 24·25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선보이는 '투란도트'는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화려한 세트가 돋보이는 '블록버스트급 오페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 작품에는 서울 성악가뿐 아니라 대구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한다.
연출자와 주역 가수들 간의 첫 '액팅(Acting·동선과 연기를 맞춰보는 단계)'이 있은 26일, 연습실 분위기는 진지하고 화기애애했다. 연출자 마르코 카테나는 "분명히 다른 '투란도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극장 내부 전체가 왕궁이 되고, 관객들이 마치 북경의 시민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또 많은 것들이 객석의 참여 속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투란도트의 매력이 뭐냐고 묻자, "10페이지로도 부족하다"며 웃었다. 그는 "투란도트의 매력은 이미 푸치니의 악보 속에 녹아들어 있고, 나의 역할은 그것을 꺼내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라며 "특히 이번에는 사랑하는 칼라프 왕자를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시녀 '류'가 작품의 중심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류가 어떻게 죽는지 지금 알고 싶은가, 나중에 공연에서 직접 보고 싶은가 하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류의 자결 장면에서 아마 어떤 인상적이고, 극적인 장치를 준비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는 "이번 작품이 좋은 인상을 남겨서 또 한 번 한국에 오고 싶다"며 애정을 표현했다.
마르코 카테나의 연출 방식이 기존 국내 연출자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음악 연습을 끝내고 본격적인 액팅이 시작되면 전 출연진이 출석, 대본 첫 페이지부터 동선과 연기를 맞춰보며 '큰 그림'부터 그리는 게 우리식이라면, 마르코 카테나는 주역급의 연기 순서에 따라 '작은 그림'부터 메워나가는 방식이라는 것. 김성빈 대구시립오페라 예술감독은 "우리의 경우 전 출연진이 한 번이라도 더 모여 전체적으로 맞춰보자는 주의라면, 그는 그 시간에 주역들의 완성도를 더 높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투란도트에 임하는 성악가들의 자신감과 기대도 컸다. 테너 이병삼(칼라프 왕자)은 "연출자가 세세한 감정표현과 상황에 맞는 연기를 잘 리드해주고 있다. 그만큼 이 오페라에 대해 깊숙이 이해하고 있다는 믿음이 든다"고 했다. 소프라노 이화영(투란도트 공주)은 "투란도트 공주는 후반부에서 혼자 해내는 분량이 많고, 일정한 음역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소프라노에게 힘든 배역"이라며 "싸늘하고 오만하던 투란도트 공주가 여성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잘 연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소프라노 손현진(시녀 류)은 "류는 자신의 죽음으로 투란도트와 칼라프의 사랑을 이어주는 매개"라며 "여성적이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목숨을 바치는 류를 보이겠다"고 했다. 베이스 이의춘(티무르 왕)은 "암살자에 쫓기는 눈먼 왕을 실감나게 그려준 연출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한편 '투란도트'는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투란도트 공주와 목숨을 걸고 그녀의 사랑을 얻으려는 칼라프 왕자, 또 사모하는 왕자를 구하기 위해 자결을 선택하는 시녀 류가 펼치는 총 3막짜리 대형 오페라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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