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와 담을 쌓은 듯 보였던 이 대통령이 최근 국회 인사들을 자주 만나 '소통 방식'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잦아졌고, 야당 정치인들과의 회동도 머지않아 보인다.
이 대통령은 27일 안상수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원내대표단 전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민주주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더욱 성숙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지역주의 해소를 위해 한나라당이 앞장서 제도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여당으로서 시대적 사명감을 가져 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의 등원 결정에 대해 "정기국회에서 할 일이 많다"며 "야당이 조건 없이 등원한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자"고 제안했다. 또 "다음에는 여야 3당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을 모두 초청해 달라"는 안 원내대표의 요청에도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25일 김성조 정책위의장 등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단과 오찬을 했고, 11일에는 박희태 대표와 회동했다. 다음주에는 당 여성 의원들을 초청해 만찬을 할 예정이다.
이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권 단합이 시급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대통령이 국회를 파트너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방증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안 원내대표는 지난 6월 한 토론회에서 "이 대통령이 기업가 출신이다 보니 정치에 대한 불신이 많이 쌓인 것 같다"며 정치를 존중하는 인식 전환을 강조한 바 있다.
청와대 측은 8·15 경축사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기간 드러난 이 대통령의 통합·화합의 국정운영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한 핵심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이 대통령이 '통합'의 화두를 집중적으로 고민하면서, 정치권과 소통을 강화할 필요성도 절감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복분자주를 곁들인 이날 만찬은 오후 6시 30분부터 예정된 시간을 넘겨 2시간여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정치인 입각 등 현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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