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지난달 미디어법 통과에 반발해 의원직 사퇴서를 던지고 100일 거리홍보전, 1천만 명 서명운동을 선언했을 때 국민들의 대체적인 반응은 '저러다 말겠지' 하는 것이었다. 민주당 의원 전원 사퇴라는 결정 자체가 실현성 없는 '정치 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결국은 무슨 명분이든 갖다 붙여 국회로 돌아갈 것이란 예상이었고, 다만 그 명분이 궁금할 따름이었다. 고작 국민 손바닥 안에서 노는 정치를 민주당이 못 벗고 있다는 이야기다.
야당이 거리에 뛰쳐나가 국민을 직접 상대할 수밖에 없는 때가 있었다. 국회가 집권여당의 독선 독주에 지배당하던 1970, 80년대 권위주의 시절이었다. 국민도 그런 야당의 장외정치를 이해하며 극단적이고 일방적인 주장을 펴더라도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모습이긴 하나 국회 안에서 여당의 횡포를 감당할 수 없는 야당에 힘을 보태며 그 사정에 공감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 선진정치를 운위하는 시대다.
사실상 실패로 끝난 민주당 장외투쟁에서 보듯 국민들은 이제 국회 밖으로 도는 거리정치를 외면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국회라는 제도권 안에서 국민의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고 결정하라는 것이다. 여야 모두 토론과 타협을 중시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다수주의에 따르라는 게 대의민주주의 룰이다. 자기 이익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해서 룰을 깨고 시민단체나 이익단체처럼 거리에 나설 것이라면 차라리 배지를 떼라는 것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조건 없이 9월 정기국회에 등원하겠다"고 했다. 국회의원이 직장인 국회에 출근하는 데 조건이 있을 수 없다. 이처럼 당연한 얘기가 뉴스거리인 후진 정치는 마땅히 사라져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싸워도 국회에서 싸워야 한다"는 의회주의자였다. 이번 등원 명분도 김 전 대통령 서거에서 찾은 모양인데, 정 대표는 등원이란 표현 대신 "원내외 병행 투쟁"이라고 꼬리표를 달았다. 주말에는 원외투쟁을 계속 하겠다는 것이다. 여전히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답답한 모습이다.
18대 국회는 17대보다 법안 발의는 두 배 많다고 하지만 밤낮 싸움질만 하다 보니 처리율은 형편없다. 놀고먹었다는 소리다. 이번 정기국회 역시 여야 모두 정쟁에 정신 파느라 준비가 충실한지 걱정이 앞선다. 누구보다 장외투쟁에 매달린 민주당은 이런 국민들의 우려를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제1야당답게 정책과 대안으로 여당을 꼼짝 못하게 하는 활약상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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