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가명·34)씨는 이제 막 말을 하기 시작한 3세 난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아들에게 말을 시키는 즐거움과 재미로 하루하루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약간 '혀 짧은 소리'를 하는 것 같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진료를 받아보기로 한 것. 검사 결과는 '선천성 설소대 단축증'. 혀가 입안 바닥과 끈 같은 조직으로 이어져 있는 병으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씨는 "발음이 좀 이상한 것 같아 입안을 자세히 보니 혀끝이 갈라져 있고 혀가 짧아 보여 병원을 찾게 됐다"며 "청천벽력과 같은 얘기를 듣고 한동안 정신없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어릴 때 빨리 알고 대처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 발음이 이상해요."
어린 자녀의 발음이 조금 이상한 경우 병원을 찾을지 말지 고민하는 부모가 많다. '아직 어려서 그렇겠지'하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찜찜하다. 이럴 땐 전문의를 찾는 게 좋다. 외관상 발견하기 힘든 질환 때문에 발음 이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발음이 이상한 경우에는 '언청이'라 불리던 구개열, 구순열이나 구개범인두기능 부전, 점막하 구개열, 설소대 단축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구개열은 입천장, 구순열은 입술이 갈라진 질환으로, 최근엔 출산전 진단기술 발달로 보통 출생 시 확인이 가능하고 외관상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 등 진단이 비교적 쉽다. 피부는 정상이지만 입술 안 근육과 점막이 갈라진 점막하 구개열과 구개범인두기능 부전은 외관상 나타나지 않아 발견이 늦는 경우가 많다. 이들 질환은 혀의 움직임보다 발음 생성 시 비강과 구강을 제대로 닫아주지 못해 목 뒤쪽에서 분명하지 못한 콧소리가 심하게 나는 장애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발음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 가운데 특히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혀의 움직임에 문제가 생겨 언어 장애를 일으키는 설소대 단축증이다. 출생 시 발견이 어렵고, 심각한 언어장애 증상을 보이지도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려워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설소대 단축증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설소대 단축증이란
'설소대'라고 불리는 혀 밑의 띠 모양의 조직이 지나치게 짧거나 혀끝에 붙어 수유 문제나 언어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선천적 질환이다. 혀가 입 안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는 증상을 보이는데, 혀 밑에 띠처럼 생긴 설소대가 혀를 당기고 있어 혀를 앞으로 내밀었을 때 혀끝이 당겨져 갈라져 보인다. 발음 문제로는 '트', '드', '르', '라' 등 구강 앞 부위 혀를 통한 소리를 낼 때 장애를 나타낸다. 1천명당 1~4명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기 발견이 어려워 보통 감기 등 다른 질환으로 소아과나 이비인후과 등에서 진찰하다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혀 짧은 소리 때문에 상담하다 발견되기도 한다.
◆치료 방법은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일단 경과를 지켜보는 보존적 치료를 하지만 언어 장애가 있거나 혀 운동에 제한이 있을 경우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설소대가 얇은 점막층만으로 형성된 경우에는 단순 절개하면 되지만 설소대가 두텁고 짧을 때는 'Z'자형 절개를 통한 설소대 제거술 및 길이 연장술을 시술해야 한다. 레이저나 전기소작기로 단순 절개할 수도 있지만 절개 부위가 유착되고 단단해져 재발될 수 있기 때문에 절개술 및 길이 연장술이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수술 후 대부분 잘 회복되지만 혀 밑 수술 부위에 부종이 생기거나 혈종, 상처 벌어짐, 감염, 혀밑샘관 손상 등 합병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수술, 언제 하는 게 좋나
설소대 단축증은 영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나타난다. 조기 교육, 의료기술 발달, 부모 의식 수준 향상 등으로 환자 연령대가 크게 낮아지긴 했지만 초교생이 돼서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만 1세 정도가 수술하기 가장 적합한 연령이라 할 수 있다. 성인의 경우 국소마취로 수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나이가 들어 수술할 경우 이미 언어 습관이 굳어져 수술 후 발음 교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지속적인 언어 치료 및 노력이 필요하고 언어장애가 남을 수도 있다.
문제는 영유아 때 수술을 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를 전신마취를 한 뒤 수술해야 하기 때문에 혹시 머리가 나빠지지 않을까 등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술 시간이 30분 안팎으로 짧기 때문에 전신마취 등으로 인한 후유증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의들의 얘기다. 오히려 어릴 때 하는 것이 심리적 충격도 덜하고 발음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하는 게 낫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김용하 영남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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