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올해 한국 진출 100주년을 맞았다. 왜관수도원은 이미 오래 전부터 100주년 행사를 준비해 왔으며, 최근 3년간 집중적인 힘을 쏟아왔다. 한국 남자 수도원으로 가장 긴 100년의 역사를 지닌 왜관수도원의 다양한 기념 행사와 함께 짧게나마 100년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
◆전세계 총재 아빠스 회의
왜관수도원은 지난 100년의 역사를 담은 '역사서와 화보집'을 출간한다. 지금은 갈 수 없는 북한에서의 생활과 활동상이 담겨있다. 북한 공산화 과정에서 순교한 36인에 대한 시복시성 절차도 진행 중이다. 20세기 순교자에 대한 한국 교회 최초의 시복시성운동.
아울러 성 베네딕도 총연합은 이번 100주년에 맞춰 전세계 '총재 아빠스(대수도원장) 회의'를 왜관에서 열기로 했다. 20여명의 총재 아빠스들이 행사에 참석하며, 오딜리아 연합회에 속한 세계 20여개 수도원에서 축하 사절을 보낸다.
'새 성전 봉헌식'이 30일 오전 10시에 왜관수도원에서 열렸다. 2007년 4월 6일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파손된 성당과 수도원 건물 일부에 대한 재건축 공사가 열렸고, 이번에 성당이 우선 완공돼 왜관수도원 이형우 시몬 베드로 아빠스의 주례로 봉헌식이 열렸다.
본격적인 100주년 행사는 9월 11, 12일 왜관수도원 새 성당에서 열리는 '역사 심포지엄'부터 시작된다. 왜관수도원 주최, 한국교회사연구소 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심포지엄에는 발표자 10명이 한국 베네딕도회 역사에 관해 분야별로 연구 발표할 예정이다.
100주년 행사는 9월 19~25일 '행사주간'을 통해 절정에 달한다. 첫 행사는 독일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의 '안셀름 그륀 신부 강연회'. 그륀 신부는 베네딕도회 영성의 세계적 대가로 많은 베스트셀러를 출간했다. 서울(19, 20일), 왜관(21일), 부산(22일) 4차례 강연을 한다.
◆겸재 정선의 화첩, 최초로 일반에 공개
9월 20일부터는 '한국인 영혼의 한 부분이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제목으로 겸재 정선의 화첩 전시회가 열린다. 독일 성 오틸리엔 수도원의 예레미아스 슈뢰더 총아빠스는 2005년 베네딕도회 한국 진출 1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1925년 노르베르트 베버 아빠스가 한국을 방문할 당시 수집해갔던 겸재 정선의 화첩을 영구임대 방식으로 한국에 반환했다. 슈뢰더 총아빠스는 장로회에서 화첩 반환 결정을 주도했고, "이는 강대국들이 약탈 문화재를 돌려주는 것과 전혀 다르다. 왜관의 우리 형제 수도원에 큰 신뢰를 나타내는 뜻으로 돌려준다"고 밝혔다. 8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화첩에는 21점의 미공개 그림이 담겨있다. 왜관수도원 측은 "지금까지 그림 공개 요청을 많이 받았으나 독일 성 오틸리엔 수도원의 반환 취지가 100주년 기념을 위한 것임을 존중해 공개를 미뤄왔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원본과 영인본이 일반에 공개된다. 전시관은 수도원 성당 아래층에 있으며, 개관식은 9월 20일 오전 10시 미사 직후 열린다.
9월 23일 오후 7시 30분 왜관수도원 새 성당에서는 '100주년 기념 음악회'가 열린다. 한국 베네딕도 수도원의 100년 역사를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지평으로 함축적으로 표현한다는 취지에서 경북도립국악단, 베네딕도회 남녀 수도자들과 봉헌회원들, 가톨릭 심포니오케스트라와 성악가 등 1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한다.
◆정진석 추기경 주례 미사
100주년 기념 행사는 9월 25일 오전 10시 왜관수도원 새 성당에서 봉헌되는 '100주년 기념 미사'로 절정과 대미를 장식한다.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이 주례하는 미사에는 성 베네딕도회 총연합의 노트커 볼프 수석 아빠스와 20명의 총재 아빠스, 오딜리아 연합회 총재인 예레미아스 슈뢰더 총아빠스와 다수의 아빠스들이 참례한다. 한국 주교들을 포함해 국내외 60여명의 가톨릭 고위 성직자들과 사제, 수도자 그리고 신자들뿐 아니라 각계각층의 사회, 종교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미사 후에는 기념식과 축하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새 성당의 자리가 한정돼 있는 만큼 초청장을 받았더라도 따로 입장권을 발부받은 사람만 성당 안에 입장할 수 있다. 왜관수도원 측은 소성당, 지하 강당 등에 멀티비전을 설치해 미사에 함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왜관수도원 100년사
성 베네딕도회가 한국에 처음 진출한 것은 제8대 조선 대목구장 뮈텔 주교가 1908년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을 직접 찾아와 유능한 가톨릭 교사 양성을 간곡히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수도원에서 파견된 선교사 2명은 1909년 2월 25일 인천을 거쳐 서울에 첫 발을 내디뎠다. 한국에 남자 수도원이 처음으로 진출한 것. 이들은 서울 백동(현 혜화동)에 정착해 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교사 양성을 위해 '숭신사범학교'를, 선진 기술 전파를 위해 '숭공기술학교'를 세웠다. 숭공기술학교는 1920년까지 크게 발전했다. 정진석 추기경의 외할아버지도 기술학교 목공부 출신으로 가구 공장을 만들어 성공했다. 기술학교 출신들이 만든 대표적 작품이 바로 서울 명동대성당 강론대이다. 이후 함경도와 간도 등지로 관할지역이 넓어짐에 따라 1927년 서울 백동 수도원을 포기하고 원산 근처 덕원으로 수도원을 옮겼다.
당시 덕원신학교는 한국 가톨릭의 유일한 인허가 신학교로서 지학순 주교, 김남수 주교, 윤공희 주교가 이곳 출신이다. 해방 후 소련군의 진입과 공산 정권 수립으로 1949년 5월 덕원 수도원은 강제 폐쇄됐고, 독일인 보니파시오 사우어 주교를 비롯한 독일인 수도자들과 한국인 신부들이 옥사, 피살 혹은 강제 노동으로 목숨을 잃었다.
덕원 수도원에서 쫓겨나 월남한 한국인 수도자들이 다시 1952년 6월 다시 세운 것이 바로 왜관 수도원이다. 왜관 순심학교, 김천 성의학교, 함창 상지학교 등을 인수받거나 설립했고, 음성 한센병 및 결핵 환우를 위해 상주'성주'칠곡'왜관 등지에 정착촌을 운영했다. 가톨릭농민회의 전신인 '가톨릭노동청년회'를 세웠으며, 분도출판사를 통해 다양한 사상서적을 세상에 소개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에는 현장 기록물들을 입수,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