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담낭용종

한번씩 배 아프다 했더니 내 쓸개에 6㎜ 혹이…

담낭용종의 경우 비종양성 용종이 대부분이어서 정기적으로 검사하면서 관찰하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담낭용종의 경우 비종양성 용종이 대부분이어서 정기적으로 검사하면서 관찰하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형석(38) 씨는 최근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다 쓸개에 혹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담낭(쓸개)에 6㎜크기의 용종이 있다는 얘기에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고 힘이 쭉 빠진 것. 10㎜ 이상 되면 수술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정기적으로 검사하며 일단 지켜보자는 의사의 말이 자꾸 떠올라 기분까지 우울해졌다. 이씨는 "많이 걱정하고 힘들었는데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담낭용종 환자가 많았고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라는 네티즌들의 글에 위안을 얻었다"며 "그런데 담낭에 용종이 있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은지, 쓸개에 혹은 왜 생기는지, 혹이 있어도 괜찮은지 등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고 말했다.

쓸개에 혹이 있는 사람은 의외로 적잖다. 국내 한 검진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은 전체 검진자의 2.2%, 50명당 1명꼴로 담낭용종이 발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담낭용종의 경우 증상 없이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담낭용종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얼마나 많은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담낭 용종은 왜 생기고,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담낭용종, 왜 생기나

담낭용종은 쓸개의 점막층이나 점막하층이 쓸개 안쪽으로 튀어나와 생긴 것으로, 보통 크기가 1㎜ 이상 되면 초음파 검사에서 발견된다. 담낭에 용종이 생기는 원인은 여러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가장 흔한 것이 콜레스테롤 용종이다. 콜레스테롤 용종은 암과 관계없는 비종양성 용종으로, 콜레스테롤이 점막 속에 모여 생긴다.

그렇다고 혈중 콜레스테롤의 증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주로 비만인 젊은 여성에게 흔하다. 선근종도 비종양성 용종으로, 쓸개 점막과 근육층이 만성 염증이나 자극으로 두꺼워져서 발생한다. 종양성 용종의 경우 양성일 땐 선종, 악성이 되면 선암(쓸개암)이 된다. 선종은 흔하지 않고 담낭 결석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특별한 발생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담낭용종의 95%는 비종양성 용종이고 이 중 콜레스테롤 용종이 가장 많다.

◆어떤 증상을 보이나

담낭용종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콜레스테롤 용종의 경우 콜레스테롤 덩어리(용종)가 떨어져 나와 작은 결석처럼 쓸개관이나 담관을 막을 경우 우측갈비뼈 아랫부분에 복통을 일으키는 담선통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경우 배꼽 위나 오른쪽 위쪽 복부가 간헐적으로 심하게 아픈 통증이 반복될 수 있다. 또 점막이나 근육층이 두꺼워져 생기는 용종이나 염증성 용종의 경우엔 크기가 커지거나 범위가 넓어지면서 통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주로 식사 후 오른쪽 늑골 아래쪽이 뻐근한 느낌이 들고 누르면 압통이 생길 수 있다.

◆왜 증가하나

콜레스테롤 용종의 경우 식생활의 변화로 예전에 비해 증가하고 있는 건 맞지만 건강 검진, 질환 진단 등을 위한 복부 초음파나 복부 컴퓨터 촬영 등 검사를 받는 수검자가 많아지고 영상 장비도 발달하면서 작은 크기의 용종 확인이 가능해진 것도 담낭용종 증가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현재 초음파 검사에서 1, 2㎜ 정도 크기의 용종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수술이나 치료가 필요한 10㎜ 이상인 경우는 흔하지 않다.

◆담낭용종, 위험하나

담낭용종이 위험한 경우는 용종에 의해 쓸개관이나 담관이 막히거나 염증으로 담관계에 통증이 생길 경우, 또 용종이 악성화돼 악성 종양이 될 경우다. 특히 담낭 선종은 크기가 커지거나 시간이 지나면 담낭암이 될 수 있다. 크기가 10㎜ 이상 되면 암세포가 있을 가능성이 있고, 빨리 자라거나 용종의 바닥이 넓고 표면에 결절이 있으면 암으로 바뀔 가능성도 커진다. 때문에 선종이 의심되는 담낭용종은 6개월이나 1년 등 정기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통해 변화를 추적해야 하고 암 가능성이 있을 경우엔 암이 되기 전에 담낭 절제술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담낭용종 대부분은 악성화되지 않는 콜레스테롤 용종이어서 떨어져 나와 결석이 되거나 만성 담낭염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용종이 크거나 여러 개 있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선근종이나 염증성 용종도 쓸개 만성염증으로 통증이 생길 경우 수술적 절제를 하긴 하지만 암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진단 및 치료 방법은

담낭용종은 크기가 작아 주로 초음파 검사 등으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용종은 악성화, 즉 암이 될 가능성에 따라 대처법이 달라지지만 초음파나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CT) 결과만으로 콜레스테롤 용종, 악성 용종, 암이 될 수 있는 선종 등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암으로 변하지 않거나 염증, 담관 폐쇄에 의한 증상이 없는 담낭용종은 치료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등 위험한 경우엔 절제술을 받는 게 좋다. 예전에는 개복 수술을 했지만 지금은 복부에 4개의 작은 구멍을 뚫어 쓸개를 제거하는 복강경 수술이 많이 시행된다.

담낭용종의 경우 용종이 작은데다 쓸개가 이미 기능을 상실했고 재발 우려도 있기 때문에 용종만 제거하지 않고 쓸개 전체를 제거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김호각 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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