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는 아폴로눈병으로 알려진 급성 출혈성 결막염과 유행성 각결막염 환자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유행성 눈병의 예방을 위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이달 19일 경고했다. 역시 같은 날, 신종플루(H1N1)로 알려진 독감이 처음으로 하루 동안 발생한 환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불과 이틀만인 21일에는 두 배가 넘는 258명이 발생하며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두 가지의 전염병이 유행하지만 그 중 한 가지는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어 더욱 심각한 형편이다. 사실 신종플루는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지 일반 독감과 별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많았었다. 그러나 사망률이 현재 계절 독감보다 높은 것으로 보이며, 무엇보다 평소 건강했던 청장년층에서도 사망자가 나와 우리를 당황시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질병 확산에 호조건인 가을과 개학을 맞아서 정부와 병원이 온통 야단법석이다. 응급실과 외래는 늘어나는 플루 의심 환자들을 일반 환자들과 분리시키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고, 관련된 병원 직원들의 감염에 대한 대책도 심각하다. 그래서 열심히 병원에서의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터에 동료 교수께서 참고하라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귀띔해 준다.
몇 년 전 눈병이 유행할 때 우리 병원의 직원 여러 명도 눈병에 걸렸다. 그런데 대처하는 방식이 제각기 달랐다. 얼른 쉽게 생각하면 그냥 병가 내고 집에서 쉬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겠지만 그게 그리 간단하지가 않았다. 진단 기간이란 것이 정해진 틀이 있기에 치료가 안 될 때 연장은 가능하지만 처음부터 무작정 많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시 눈병은 진단이 1주가 나왔다. 그러나 병가는 규정상 2주는 나와야 하기에 병가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병가 대신에 할 수 없이 아까운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을 속이고 색안경을 쓰고 정상 출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중에 병원에서는 눈병 진단서로 병가를 해 준다고 했지만, 그때는 이미 한참 문제가 생긴 후였다.
보건 당국은 향후 신종플루 팬데믹, 즉 대유행이 시작되면 4개월 만에 입원환자가 20만명, 외래환자가 800만명까지 확산될 것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가 창고에 가지고 있는 치료약은 인구의 5% 정도만을 감당할 수 있는 247만명 분량. 예방 백신도 없는 현 상태에서 전염병의 대유행을 막을 수 있는 길은 확산의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뿐이다. 그러려면 환자들로 하여금 몰래 숨기지 않게 해야 한다. 스스로 의심되는 사람들이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진단받고, 격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와 제도를 마련하도록 정부와 학교, 직장에서는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호영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