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獨 종교학 전문가 페터 쿠너 신부 강의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 가지면 세상은 더 아름다워져"

대구가톨릭아동복지협의회 주관 유아교육 연수가 열린 성 베네딕도회 왜관 피정의 집. 이곳에서 27일부터 나흘간 '유아 교사를 위한 종교 교육과 상황중심 교육'이라는 주제의 교육이 이뤄졌다. 강의를 듣는 유아 교사 30여명은 어린 아이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한 독일인 신부의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어린이의 '삶의 상황'에 맞춘 종교 교육이 이번 연수의 중점 과제.

강사는 페터 쿠너(Peter Kuner·68) 신부. 독일 프라이부르그 및 칼스루에 가톨릭 사회교육대학에서 종교학 및 종교교육학 교수로 24년간 재직했으며, 독일 가톨릭 아동교육기관협의회 전국 회장을 12년간 역임했다. 가톨릭 아동 교육 및 해당 분야 전문 교사를 양성하는 전문가 중의 전문가. 쿠너 신부는 1998년부터 10년 이상 매년 한국을 찾아와 전문가 양성 과정을 맡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종교의식, 특히 미사의 의미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령 미사를 시작할 때'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와 함께'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하나의 인사입니다. 세계 각국의 서로 다른 인사법과 함께 설명한다면 큰 도움이 되겠죠. 아울러 미사 때 사제복을 입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예수님을 재현하는 겁니다. 예수님이 살 때와 같이, 바지나 셔츠가 아닌 띠를 두른 옷을 입음으로써 예를 갖추는 것이죠. 미사 때 제대를 차리는 것도 식탁을 차리고 음식을 나누는 것으로 설명하면 훨씬 쉬울 겁니다."

쿠너 신부의 강의는 가톨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본질적인 것은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본질의 의미를 담은 물건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심오한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이런 말을 쿠너 신부는 하나의 예를 들어 쉽게 설명했다. "저는 아버지가 50여년 전 제게 남긴 책 한 권을 아직 갖고 있습니다. 1848년에 만들어진 책입니다. 증조 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오던 것이죠. 저는 이 책을 보며, 그저 책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를 느끼고 아버지에 대한 감사를 느낍니다.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본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책이라는 사물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쿠너 신부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 뒤 미사 때 나누어 먹는 빵과 포도주가 예수의 몸과 피를 상징함을 설명하면 어린이들이 휠씬 쉽게 받아들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후의 만찬'이 갖는 의미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교육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쿠너 신부는 대답 대신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었다. "어린이들이 대화하는 걸 들었습니다. 하느님이 모든 사람을 사랑하느냐를 두고 논쟁을 하더군요. 한 아이가 말합니다. '하느님은 나쁜 사람은 사랑하지 않아.' 그러자 6세 난 다른 아이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하느님은 나쁜 사람도 사랑하셔. 그래야 나쁜 사람도 언젠가는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잖아.'신앙의 문제를 떠나서 어린이와 같은 순진한 마음을 갖는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워질 겁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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