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남 2녀를 둔 하태연(가명·90·대구중구 남산4동)할머니는 주택가 문간방 한 칸을 얻어 혼자 살고 있다. 10㎡(3평)쯤 되는 좁은 방 한쪽 구석에는 각종 폐품들이 쌓여 있고 낡은 장농과 냉장고 하나, TV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집기들은 중고품을 주워오거나 주위 이웃들이 나눠 준 것들. 그래도 벽에는 한때나마 단란한 가족을 이뤘던 흔적인 듯 빛바랜 흑백 사진이 걸려 있었다.
140㎝ 남짓한 작은 키에 앙상하게 마른 갸날픈 몸매의 하 할머니. 귀마저 어두워 대화를 알아듣기도 힘들고, 허리까지 굽은 꼬부랑 할머니지만 끼니 하나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 맏아들이 올해 71살. 자식들마저도 일을 하기엔 많은 나이다. 할머니에게 전혀 경제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할머니는 "자식들이 있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주는 돈도 못받는다"고 하소연했다.
할머니의 수입은 한달 10만원 남짓이 전부다. 월 8만8천원의 기초노령연금과 폐지를 팔아 마련하는 2~3만원이 고작. 할머니가 사는 집 골목길에는 폐깡통부터 플라스틱, 폐지 등이 그득하게 쌓였다. 할머니는 "하루에 몇 시간씩 폐지를 주우러 다니는데 마음씨 좋은 동네사람들이 폐지를 모아 가져다주기도 한다"며 "모은 폐품은 고물상에서 직접 가지러 와 한 리어카에 5천원에 팔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매달 3만원의 월세를 내고, 각종 세금 등을 내고 나면 할머니 수중에 남는 돈은 거의 없다. 할머니는 "하늘이 원망스럽다"며 "왜 이리 험한 인생을 오래 살게 하시는지 모르겠다"며 메마른 눈물을 찍어냈다. 얼마전 감기에 걸린 할머니는 "차라리 앓다가 그대로 세상을 떠났으면 싶어 병원도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몇 개월씩 월세가 밀려도 싫은 내색 한 번 않고 반찬도 곧잘 챙겨주는 인심좋은 주인 아주머니와 살고 있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자식 복은 없어도 인덕은 있어 고마운 이웃들이 많다"고 했다.
할머니의 소원은 '오늘이라도 자는 듯 눈을 감는 것'이란다. "하루라도 주위에 폐를 덜 끼치도록 일찍 세상을 떠나야 할텐데 왜 이리 명이 질길까요." 할머니의 얼굴에 패인 주름만큼이나 깊은 한숨이 끝도없이 이어졌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하태연 할머니에게 희망을 나눠 주실 후원자를 찾습니다. 매달 몇 천원이라도 고정적으로 기부를 해 주실 분은 희망나눔 캠페인 홈페이지(hope.daegu.go.kr)에 신청하거나 대구시청 자치행정과(053-803-2823)로 전화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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