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독서의 달과 중앙도서관

현재의 대구중앙도서관은 1985년 신축했으며 하루 이용자는 3천 명이 넘는다. 이용자의 연령대나 이용 목적도 신축 초기에 비해 다양해졌다. 1980, 90년대까지만 해도 이용자는 학생, 취업준비생 등 수험생들의 열람실 이용이 대부분이었다. 요즘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은 계층도 다양하고 이용목적도 제각각이다.

자녀의 손을 잡고 와서 책을 빌리거나 도란도란 책을 읽어주는 부모들, 점심시간에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려가는 직장인도 많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도 돋보기를 들고 무엇인가 열심히 탐구한다. 전문자료나 오래된 자료를 찾기 위해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오직 여가시간을 보내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사람도 있다. 도서관이 과거 열람실 중심에서 자료 중심으로, 면학의 공간에서 문화 공간으로 변한 것이다.(물론 열람실을 이용하는 사람은 요즘도 많다.)

이런 시대적 흐름과 요구에 부응하기에 대구중앙도서관은 초라하다. 도서관의 핵심공간이랄 수 있는 자료실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보존서고는 진즉에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도서관 측은 복도와 화장실을 폐쇄해 자료실로 쓰는 형국이다. 이런 식이니 이용이 불편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도서관 운영에서도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최근 몇 년 동안 관장으로 부임한 사람은 거의 퇴임을 코앞에 둔 사람들이었다. 잠시 있다가 떠나야 하니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기 어려웠다. 게다가 전문직이 아니라 일반직 교육공무원들이었다. 부임하는 관장들마다 장기계획 없이 시설을 설치하거나 사업을 시작한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 물론 잘하려는 열정이겠지만 일관성을 담보할 수 없으니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현재 중앙도서관은 신축한 지 약 25년이 지났다. 25년이라는 세월을 밀쳐놓더라도 시민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목적이 크게 변했다. 이번 기회에 중앙도서관을 책 읽는 도시 대구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건물로 지으면 어떨까. 겉모양만 랜드마크가 아니라 교육도시, 책 읽는 도시 대구를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그 속까지 풍요롭고 알찬 도서관 말이다. 프랑스의 퐁피두센터는 도서관이자 종합문화공간이며, 프랑스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중앙도서관도 그렇게 만들면 좋겠다. 원하는 모든 책과 자료가 있고, 책 읽을 아늑한 공간이 마련된 장소, 그래서 휴일이면 가족이 함께 도서관으로 나들이하고 싶은 공간, 책 읽는 도시 대구를 세계에 알릴 만한 공간 말이다.

대구는 이렇다 할 재산이나 산업이 없다. 대구의 경쟁력, 대구가 비빌 언덕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을 키우는 데 독서만 한 것은 없다고 한다. 그러니 어떤 분야보다 전문성과 첨단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도서관일 것이다.

마침 9월은 독서의 달이다. 게다가 대구시는 올해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을 선포했다. 각 도서관들마다 시민의 독서의욕 고취와 독서생활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독서의 달을 맞아 도서관을 찾아온 시민들이 만족하기보다 실망하면 어쩔까하는 걱정이 기우만은 아닐 것이다. 대구중앙도서관이 책 읽는 대구, 경쟁력 있는 대구, 풍요로운 대구의 거점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조두진(문화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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