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순(60·여·영천시 야사동)씨와 이기준(56)씨는 부부가 동시에 암과 투병중이다. 각각 올 1월과 5월 암 진단을 받았다. 취재진이 이들을 만난 곳은 대구 시내의 한 종합병원. 부부는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았고 손을 꼭 맞잡은채 걸었다. 워낙 금슬이 좋기도 하지만 김씨가 1급 시각장애인이다보니 남편의 도움이 없으면 아예 옴짝달싹을 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처음 암 선고를 받고는 "평생 희뿌옇게만 보이던 세상이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암흑으로 변하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태어날 때부터 한쪽 눈의 시력이 없는 상태로 태어난 김씨는 다른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고 살아왔지만, 10여년 전부터는 눈이 점점 흐릿해져가더니 이제는 아예 형체마저도 어스름하게 보이는 상태. 김씨는 "선천적인 시각 장애로 평생 모진 인생을 살아온 것도 모자라 이름도 생소한 암까지 얻으니 정말 하늘을 원망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씨가 앓고 있는 병은 바터팽대부암. 쓸개즙을 십이지장으로 보내는 출구를 '바터팽대부'라고 부르는데 여기에 암덩이가 자라난 것이라고 했다. 지난 겨울 40℃가 넘는 고열이 계속돼 두 달 가량을 동네 의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증세가 나아지지 않아 결국 큰 병원을 찾았더니 암이라는 선고가 내려진 것. 곧장 수술을 해 암덩이를 잘라내고 벌써 6개월 넘게 항암치료를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 전이 여부를 확신할 수 없어 앞으로도 6개월 이상의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힘겹게 하루하루 암과 싸우고 있던 중 남편 이씨에게 또 불행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B형 간염 보균자여서 평생을 조심하고 살았던 남편의 병이 결국 간암으로 발전하고 만 것. 그나마 천만 다행인 것은 지속적인 관리를 해오고 있던 터라 초기에 조기 발견을 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자꾸 몸이 피곤한 증상이 너무 심해 병원을 찾아 피검사를 했더니 암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 곧장 종합병원으로 달려가 진단을 받았다"며 "지난 5월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계속하고 있는데 간염보균자의 간암 재발율은 70% 이상이라고 해서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부부가 동시에 암투병을 하게되면서 가뜩이나 변변찮던 살림은 엉망진창이 됐다. 이씨는 당뇨가 있는데다 10년전 당한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가 불편해 일을 할 수가 없었고, 김씨마저 시력을 자꾸 일허가면서 몇 년 전 운영하던 식당을 접고 정부의 기초생활수급비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다.
김씨는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처지에 수백만원의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정부의 긴급의료지원금을 받아 해결했지만 이제는 매달 70만원 이상이 드는 약값 때문에 빚만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장애수당까지 합쳐 매달 86만원의 수급비를 받지만 약값과 15만원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한푼도 없는 사정이다. 이씨는 "몇 주에 한 번씩 대구로 진료를 받으러 올 때마다 가슴이 졸아드는 기분"이라며 "차비조차도 없어 이웃에 돈을 꿔야 할 때도 많다"고 했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부부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늦깍이로 전문대에 입학한 아들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했다. 부산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들은 학자금은 모두 대출을 받아서 해결했고, 생활비마저도 한 푼도 도와주지 못해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것. 김씨는 "아들도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어렵게 살지만 2주전 환갑을 맞은 나를 위해 화장품을 사왔더라"며 "제발 이 착한 아들에게 더 이상의 고통은 주지 말아야 할텐데 걱정"이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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