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신종플루 대책, 믿고 따르자

멕시코발 '신종인플루엔자'의 불똥은 어디까지 튈 것인가. 누구도 신종플루에서 자유롭지 못한 세상이 됐다. 이로 인한 사회 문제도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신종플루의 실체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기초 연구조사와 임상 결과만으로 대유행 가능성과 규모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4월 멕시코에서 신종플루가 발생한 초기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곧 여름이 시작되기에 환자 발생을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여름인 8월 15일 첫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신종플루의 기세는 무더위만큼이나 뜨겁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 신종플루 사망자는 2천여 명, 감염자는 20만 명을 넘어섰다. 신종플루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남미 지역의 사망자 수는 1천500여 명에 이른다. 최근까지 브라질은 사망자 557명으로, 미국(522명)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종플루 사망자를 낸 국가가 됐고 아르헨티나(439명), 멕시코(179명), 호주(132명), 칠레(128명), 태국(119명)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일 현재 4천300여 명이 감염돼 3명이 숨졌다.

신종플루는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WHO는 7월 31일부터 신종플루가 전 세계에 퍼진 것으로 보고 국가별 감염자 수를 보고받지 않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는 2일 현재 대구 8개 구군 전체, 경북 23개 시군 중 18개 시군에서 환자가 퍼져 있다. 대구경북의 신종플루 확진환자는 334명(대구 221명, 경북 114명)이다.

매일신문사도 신종플루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신종플루를 취재하던 사회부 기자가 고열과 기침 증세를 보여 검사를 받는 등 한바탕 소동을 빚은 것. 다행히 그는 감기 판명을 받고 회복됐다. 또 신문사 주관으로 이달 중 예정된 지역 8개 초등학교 대상 과학캠프도 7개 초교의 거부로 무산됐다.

그런데 사람이 죽어가는 병에 대한 최선의 대책이 손을 씻는 것이라고 한다. 치료제는 부족하고 예방 백신도 모자란다고 한다. 어이없어 보이지만 이 일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불확실한 소문에 휩쓸려 휴교 조치 등으로 혼란을 부채질할 것인가. 등교하는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체온검사를 하는 것도 과잉 대응이다. 이 같은 일은 학생'학부모 모두에게 불안감만 키울 뿐이다.

전문가들은 보건당국이나 의료기관, 개인 모두 신종플루 확산에 철저히 대비해야겠지만 막연한 두려움만으로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조기 발견, 치료제 투여, 백신접종 등으로 신종플루의 확산에 대응할 수 있다며 국민들은 불안해 하지 말고 차분히 예방대책을 실천할 것을 주문한다. 보건당국의 신뢰도가 이미 바닥에 떨어졌지만 믿을 구석은 그래도 정부 대책뿐이다. 비난하며 야단을 떨수록 혼란만 부채질할 뿐이다.

20여 년째 우리 이웃에서 감기를 치료하고 있는 한 동네 가정의학과 의사의 얘기를 들어본다.

"수년 전 독감이 유행한 적이 있는데, 가족 전체가 독감에 걸려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모두들 신종플루를 두려워하고 있는데 현재 상황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습니다. 고열로 신종플루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도 있고 문의도 많지만 아직 우리 병원에서는 확진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가족 전체가 병원을 찾는 경우도 없고요.

신종플루는 기존의 독감에 비해 전염성이 강하지만 직간접적인 접촉에 의해 퍼지기 때문에 손만 열심히 씻어도 예방이 가능합니다. 설령 추위가 찾아오면서 신종플루가 대유행 상태에 들어가더라도 즉각 치료제를 투여하면 피해가 심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국제학술지를 보면 신종플루의 사망률은 0.2%에서 0.6%까지 보고되고 있습니다. 멕시코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서는 1~1.5%로 사망률이 높은 편이지만 미국 등에서는 0.2%로 낮은 편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0.06%의 사망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큰 문제를 일으킨 사스(SARS)의 10%와 조류인플루엔자(AI)의 60%보다 훨씬 낮고, 1918년 스페인 독감의 2.5%보다도 낮습니다.

의사들이라고 특별한 예방 대책은 없습니다. 가족들과 환자들에게 주요 감염 경로인 손을 깨끗이 자주 씻을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김교성 사회부장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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