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남편들은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잠옷 차림으로 종일 거실에서 빈둥거린다. 점심은 당연히 차려주겠거니 생각한다. 텔레비전이 친구다. 취미 활동은 없다. 아내가 어디를 가나 따라다니려 한다. 이웃의 얼굴과 이름을 전혀 모른다. 아내의 전화에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다. 부쩍 인색하다.
아내들은 이런 남편의 모습을 싫어한다. 그래서 다투거나 아예 입을 다물기도 한다. 황혼이혼을 감행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혼하지 않으려면 남편을 바꿔야 한다. '밭일 끝내니 소 잡는 격'이라 남편들 입장에서는 억울하지만 현실이다. 늘그막에 이혼하지 않으려면 남편들은 변해야 한다.
젊었던 시절 남편이 종일 직장 일에 매달리는 동안 아내들은 자기 취미를 열심히 찾았고, 친구도 많이 만들었다. 그래서 갈 곳도 많고 만날 사람도 많다. 직장이 없어지면 인간관계마저 거의 끊어지는 남자들과 다르다.
남편은 종일 집에서 빈둥거리지만 아내는 밖에서 볼일이 많다. 남편들은 마땅히 점심을 차려줄 줄 알았던 아내가 외출하면 당황한다. 그러니 직접 점심을 차려먹고 설거지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스스로 저녁밥을 지어 먹을 수 있어야 한다.
부부만의 단출한 생활은 불화의 화근이다. 직장에 다니던 시절, 하루에 1시간도 얼굴을 못 보던 사람들이 종일 얼굴을 맞대고 있다면 으르렁거리기 마련이다. 함께하는 외출도 두 달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
함께 산책을 나가더라도 대문을 나서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떠나라. 걷다가 지인을 만날 수도 있고, 앉아서 쉴 수도 있고, 이런저런 생각에 빠질 수도 있다.
남편이 종일 거실에 앉아 신문을 보거나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아내는 화가 난다. 취미를 찾든, 텃밭을 가꾸든 남편은 밖으로 나가야 한다.
각방을 쓰는 것이 좋다. 여자들은 남편의 코고는 소리를 싫어한다. 게다가 밤늦게까지 책을 볼 수도 있고, 밤새 자유롭게 뒤척일 수도 있다. 침실을 함께 쓰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내포하고 있다. 다만 참고 지낼 뿐이다. 이제 남편이 은퇴한 만큼 아내들도 침실 스트레스에서 은퇴하고 싶어 한다. 코고는 소리, 뒤척임, 화장실 사용 등은 모두 침실 스트레스다. 각방 쓰기는 생각보다 훨씬 안락하고 많은 즐거움을 준다.
부부간에 이심전심은 없다. 30년을 살아도 부부가 나누는 대화란 기껏 가족으로서 필요한 것을 전달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여자는 친구들끼리는 연애, 실연, 결혼, 자식, 경제적 문제까지 속속들이 이야기하지만 부부는 그렇지 않다. 그러니 남편들이여, '말 꺼내기 전에 척척 챙겨주면 좀 좋아? 그렇게 살고도 나를 몰라?' 라는 식의 짜증은 골백 번 내봐도 헛일이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를 모른다. 아내들도 요구할 것이 있으면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은근한 힌트로는 부족하다. 절대적인 힌트도 안 된다. 괜히 어렵게 힌트 주지 말고 그냥 말을 해라.
아내들은 남편을 이성이 있는 모임에 나가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 모임에서 만난 이성에게 마음이 끌린다면 더욱 좋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발견하면 옷차림은 깨끗해지고, 얼굴은 젊어지고 밝아진다. 은퇴 두 달 만에 할아버지가 되는 걸 막는 지름길은 '매력적인 이성'이다.
종종 손님을 집으로 초대하는 것도 남편이 할아버지가 되는 것을 예방한다. 자식 부부나 가까운 이웃을 가끔씩 초대하면 남편은 집에서도 깔끔하게 차려입게 되고, 젊은 모습을 유지하려 애쓴다.
이 책은 은퇴를 앞둔, 혹은 이미 은퇴한 남편들과 아내들에게 주는 '정다운 부부관계'를 위한 지침서다. 은퇴한 남편을 둔 아내가 자신의 경험과 다양한 취재를 바탕으로 썼다. 270쪽, 1만1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