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통계조사에 관심과 투자 있어야

통계청은 1995년부터 매년 9월 1일을 '통계의 날'로 정해 자체적으로 기념해왔다. 그러다 올해부터 통계의 날이 처음으로 정부기념일로 지정됐다. 그만큼 국가에서도 통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법적으로 인정해 준 셈이다.

9월 1일을 통계의 날로 정한 것은 113년 전인 1896년 9월 1일자로 '호구조사규칙'이 제정·공포되었기 때문이다. 이 규칙은 '인구조사를 실시하되 국민의 후생복지를 높이기 위한 인구조사가 되어야 한다'라는 점이 처음으로 규칙 1조에서 강조된 점이 특징이다.

이 규칙 제정 이전에 3년마다 이루어졌던 호구성적(戶口成籍)제도와는 목적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조선시대의 호구성적제도는 징병, 신분유지, 세금부과 등을 위해 시행된 것으로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되거나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호구조사 규칙의 목적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호구조사규칙이 공포된 날인 1896년 9월 1일이 근대 통계의 출발점으로 정해지게 된 배경이다.

오늘날에는 경제사회 현상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짐에 따라 호구조사가 호적제도, 주민등록제도, 인구주택센서스, 각종 표본조사 등으로 세분화되어 시행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통계법에 의해 작성하도록 공식적으로 승인된 통계는 883종이나 되고 있어 양적으로는 선진국에 못지않다.

그러나 통계의 날이 정부기념일로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통계에 대한 투자는 아직 미흡한 것 같다. 정책 부서에서는 통계를 필요할 때만 찾고 없으면 왜 없냐고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정작 통계를 만들기 위해 투자하는 데는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광역자치단체에 통계전담 조직이 아직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통계는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 내는 게 아니다. 기획 및 설계에 이어 자료 수집, 입력 내용에 오류가 없는 지를 살피는 등 통계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몇 가지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자료는 단순한 정보일 뿐이지 통계라고는 볼 수 없다. 이렇게 하나의 통계를 만들어 내려면 많은 인력과 예산을 들여야 하는데 그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기에 통계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는 것 같다. 통계조사 현장 사정도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가계의 살림살이를 볼 수 있는 가계조사의 경우 20~30%의 가정에서 문전박대를 당한다. 사업체 대상 조사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장사도 안 되는데 무슨 통계조사냐며 잡상인 취급을 받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통계조사 공무원들은 응답자와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지면서 인내심을 갖고 현장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제대로 된 통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설문에 대답을 해주는 가구 및 사업체에서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도 응답기피 현상이 일부 발생하고 있지만, 통계조사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상당히 우호적이다. 어떤 국가나 지방의 발전 수준을 알려면 통계조사에 대한 협조수준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가구나 사업체에서는 정확한 자료를 제공해 주고, 통계청에서는 품질 높은 통계를 만들고, 정부에서는 통계를 기초로 정책을 수립·시행하여 국가와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 길이라 하겠다. 통계의 날을 맞이하여 통계역량이 강화되어 국가 발전은 물론 지방 경제 활성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언론과 시민단체를 포함해 각계각층에서 통계조사에 많은 관심을 가질 때이다.

최봉호 동북지방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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