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미정의 별의 별이야기] 8집 앨범 내놓은 타이거JK

수줍음 많은 부드러운 남자랍니다

결혼한 남자 스타의 인기가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 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일명 '품절남'이 된 래퍼 타이거JK(본명 서정권'35)의 얘기다. 타이거JK는 결혼을 한 후 인기가 오히려 급상승했다.

솔로로 있을 때보다 오히려 아내와 아이까지 있는 요즘, 인기가 더 많아진 것 같다는 얘기를 하자 그는 10대 소년처럼 얼굴을 붉혔다. 무대 위에서 강렬한 비트의 랩을 쏟아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제가 거칠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수줍음을 많이 타요. 그동안 본래 모습을 애써 감춰왔는데 본의 아니게 예능을 통해 공개되고 말았죠."

그는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하며 자신의 본래 모습을 살짝 공개했다. MC 유재석, 아내 윤미래와 함께 '퓨처라이거'라는 프로젝트 팀을 구성해 '무한도전'의 '올림픽대로 듀엣 가요제'편에 출전한 것이다. '퓨처 라이거'가 합작해 낸 신나는 힙합 댄스곡 '렛츠 댄스'(Let's Dance)는 '올림픽대로 듀엣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렛츠 댄스' 작곡 과정이 카메라에 담기면서 의정부에 위치한 소박한 그의 작업실 모습이 시청자에게 전해졌다. 그의 꾸미지 않은 모습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탔고 이를 본 여러 시청자들는 "소박한 모습에 놀랐다"며 호감을 드러냈다. 이에 그는 "이상한 현상"이라면서도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무한도전' 출연 이후 팬층이 넓어졌어요. 10대 팬이 늘어난 것도 신기한데 요즘에는 40대 이상 팬들까지 생겼죠. 제 팬 사이트에서 초등학생과 주부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어요."

주로 마니아들에게만 사랑을 받았던 힙합 래퍼는 이런 현상이 꽤나 즐겁고 낯선 모양이었다.

"'너 왜 타이거JK를 좋아하느냐'고 이상한 눈초리를 받았던 분들이, 또 노래방에서 제 노래를 부르면 분위기가 가라앉는다고 지적받던 분들이 이제는 드러내 놓고 저를 좋아할 수 있게 됐다고 즐거워하세요. 그런 얘기를 전해 듣는 저도 뿌듯해요."

그는 이번에 내놓은 8집 음반 '필 굿 뮤직 : 더 에잇스 원더'(Feel gHood Muzik : The 8th Wonder)를 2CD 형태로 제작했다. 상업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미니앨범을 만들거나 디지털 싱글 음반을 내놓는 여느 가수와는 전혀 다른 행보다.

"소속사에서 2CD라고 하면 반대할까 봐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준비했어요. 요즘 음반시장이 어렵잖아요."

요즘처럼 음반이 팔리지 않은 시기에 웬 '2CD 음반이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음반은 벌써 판매량 8만장을 넘어 10만장 고지를 향해 가고 있다. 동방신기, 빅뱅이 부럽지 않은 수치다.

그는 1년여 동안 만든 27곡의 노래를 13곡, 14곡으로 나눠 두 장의 CD에 담았다. 첫 번째 CD에는 그의 본모습을, 두 번째 CD에는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첫 번째 CD의 1번 트랙인 '필굿뮤직'(Feel Good Music)에는 척수염을 앓는 그의 진솔한 얘기가 담겨 있다. 계단을 다섯개만 올라가도 숨이 가빠오지만 안 아픈 척, 강한 척하면서 마주치는 이웃들에게 희망을 선물한다는 내용의 노래다.

밝은 리듬이 반복되는 밝은 가사의 노래에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입술을 깨물고 있는 그의 모습이 중첩됐다. '척수염은 완치된 것이 아니었느냐'고 묻자 그는 "사실 아프다고 하면 병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고통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척수염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CF 제의를 했던 한 회사는 없던 일로 하자고 통보하기도 했단다. 그렇다 보니 그는 대놓고 아프다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노래를 통해 아픔을 숨기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잘 될 거야. 다 잘 될 거야'를 반복하면 모든 일이 다 잘 될 거라는 제 어머니 말씀처럼, 노래를 통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죠."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담은 두번째 CD를 통해 그는 삶에 대한 애착과 희망을 그렸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사랑하는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그 사이에 아들 조단이 태어났죠. 그러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됐어요. TV를 통해 삶을 포기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주 전해지면서 사람들이 삶의 희망을 다질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수록곡 '죽기 전에 죽지 않아'(What U want)는 삶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죠."

그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는 힙합 리듬을 타고 퍼져 나가고 있다. 어떤 이에게는 삶의 희망을 주고 어떤 이에게는 성찰의 눈물을 주면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려고 하는 게 과거와 다른 점이에요. 그분들에게 실망을 드리지 않겠다는 책임감이 커요."

그의 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진심은 언젠가 통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좀 늦게 세상이 그의 진심을 알아준 것도 같지만 그의 긴 기다림은 절대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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