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월에 울고 웃는 포도농가

♥ 가을엔 친구를 만나보자

자연은 욕심 없이 서로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고요하고 평화롭다. 그러나 내가 몸담은 세상은 소란스럽다. 세상이 시끄럽다는 것은 세상 그 자체가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과 그들이 하는 일, 즉 인간사가 시끄럽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그가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다르다. 평소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고 머리로 생각하고 그리고 행동하는 이 모든 것의 결과가 바로 오늘 우리의 존재다. 물론 개인의 환경에 따라 그 차이는 있을 것이다.

요즘처럼 행복이 그리운 적도 없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이것도 이내 산뜻하고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그 모습을 감출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난 가을을 벗 삼아 두 어깨를 활짝 펴고 크게 심호흡하면서 행복한 미소를 날려 보낼 것이다.

돌이켜보면 행복의 조건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나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생활에 너무 매달려 그런 행복을 잊고 지내고 있다. 이제 우리 모습을 돌아보자. 어떻게 태어났고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으며 그리고 어떠한 삶이 참다운 삶인지 말이다. 이런 단순한 돌아봄만으로도 가슴 저미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그대 행복한 삶을 원하는가? 그럼 우선 욕심을 멈추어 보자. 그리하면 지금 가진 것과 지닌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외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내면에서 꽃처럼 피어나기 때문이다.

이제 곧 9월이다. 가을이 오면 좀 소원했던 친구를 만나 보아야겠다. 그는 구미에 살고 있는 어릴 적 친구로 올봄에 잠시 얼굴을 보았으니 벌써 반년째다. 그동안 몇 차례 기회가 있었으나 난 이런저런 이유로 만남을 피했다. 그래서 이 가을엔 마음먹고 아내와 상의하여 찾아봐야겠다. 그가 좋아하는, 몸에 좋은 산더덕 한 꾸러미도 준비하고 말이다. 그 친구의 성품으로 보아 아마 크게 기뻐할 것이 분명하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그리고 가을이 오면 나만의 여정을 떠나볼 것이다. 산세가 수려하고 아름드리 소나무가 있으며, 시원한 바람과 맑은 강물이 반겨주는 그런 곳. 바로 그곳에서 가을밤 영롱한 별빛을 친구삼아 마음껏 어울려 볼 것이다. 물론 대화에 방해되는 텔레비전이나 전등불도 좀 쉬게 하고 말이다.

내가 지금 9월을 기다리는 참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윤재선(대구 수성구 만촌동)

♥ 친구들과 잊지못할 여행

지난해 9월, 개강하고 아직은 무더운 날이었습니다. 방학 동안 보지 못했던 과 친구들과 2박 3일 일정으로 전북 위도로 가기로 했습니다.

섬으로 가는 여행은 처음이라 모두들 설레어하며 짐을 꾸려 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 맨 뒷자리에 친구들 네 명이 앉아서 집에서 가져 온 간식을 먹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날씨도 맑고 기분 좋은 여행의 시작이었습니다.

위도에 도착해서 바로 민박을 잡아서 수박과 참외를 사다가 배부터 채웠습니다. 그리고는 위도 바닷가에 가서 물장구도 치고 바다 모래로 장난도 치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친구가 가져온 김치로 맛있게 찌개를 끓이고 삼겹살을 구워먹었습니다. 밤늦도록 이야기를 하다 늦게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러다가 섬에 갇힐지도 모르겠다며 우리들은 일정을 취소하고 배를 타고 섬에서 빠져나왔습니다.

배에서 내리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대구로 돌아와 비가 오는 걸 보면서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우리들은 대학교 앞 중국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자장면과 탕수육을 시켜서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지금도 그때 이야기를 하면 자장면 이야기를 하며 웃곤 합니다. 9월이 되니 위도 여행을 또다시 가고 싶습니다.

류재필(대구시 달서구 성당1동)

♥ 농사 힘들어 울고 수확 기뻐 웃고

복숭아와 포도 농사를 짓는 우리 집에서는 9월이면 늘 일손이 부족하다. 딸이 많아 부모님을 돕기에 적극적이지만 매년 서로 눈치 보기에 바쁘다. 한명이라도 거들지 않거나 일할 때 소홀하면 언니, 동생 사이에 싸움이 나곤 한다.

부모님이 빵집을 하면 빵을 안 좋아하듯이, 포도를 많이 먹어서 그런지 과일 중에 포도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과일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포도는 딸 때 아기 다루듯이 살포시 만져야 한다. 상처가 나거나 알이 떨어지면 상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웬만큼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알알이 탱탱하게 익은 포도를 상자에 담아 포장하기까지 손이 정말 많이 가지만 차곡차곡 쌓인 상자를 보면 힘든 과정을 싹 잊어버리고,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풍성한 포도 수확이 끝나면 추석 전야제를 열듯 식구 모두 둘러앉아 포도 요리를 먹으면서 화목을 다진다.

매년 9월이면 포도 때문에 웃음과 짜증이 반복되지만 우리 집 복덩이라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다. 9월에 따는 포도는 비타민이 더 풍부하다고 하니 모두 포도를 많이 드시길~.

강민정(대구 남구 봉덕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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