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단상] 국화꽃을 바치며

최근 네티즌 사이에서 인터넷에 잘못된 표기나 해괴한 줄임말 등 잘못된 한글 쓰기를 지적하고 바른 글쓰기를 권하는 이른바 '자정 운동'이 일고 있다 한다. 그동안 인터넷은 한글 파괴의 온상으로 지목되어 왔다. '며칠'을 '몇일'로 잘못 표기한 것을 지적하는 댓글이 수십 개나 달리고, 틀린 곳은 꼭 고쳐줘야 직성이 풀리는 '맞춤법 파파라치'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또한 '음쓰'(음식물 쓰레기) 등 무분별한 줄임말을 꼬집는 움직임도 늘어나는 등 의사소통이 어려운 수준으로까지 치닫는 한글을 다시 표준으로 회귀하려는 이 같은 움직임은 바람직하다.

"횡포한 바다는 섬을 굴복시키고 악행하는 마귀처럼 기어코 제물을 요구했다. 끝내 그 제단에 바쳐질 희생은 독도를 지키러 나선 젊은 피의 부담이었다." "양복 속에 두꺼운 내복을 바쳐서 입으면 옷맵시가 나지 않는다." "휠체어를 탄 여학생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신호등을 무시하고 달려오는 승용차에 바쳐 크게 다쳤다." "젓국을 바쳐 놓았다."

앞에 예시된 문장에 나오는 '바쳐질' '바쳐서' '바쳐' '바쳐'에서 '바쳐질'만 바른 표기이다. '바쳐서'는 '받쳐서', '바쳐'는 '받혀', '바쳐'는 '밭쳐'의 잘못된 표기이다.

위에서와 같이 '받히다' '받치다' '바치다' '밭치다'의 쓰임새는 다른데 어떻게 쓸까 많이 혼란스러워한다.

'바치다'는 신이나 웃어른에게 정중하게 드리다, 반드시 내거나 물어야 할 돈을 가져다 주다는 뜻이다. '받치다'는 먹은 것이 잘 소화되지 않고 위로 치밀다, 화 따위의 심리적 작용이 강하게 일어나다, 어떤 물건의 밑이나 안에 다른 물체를 대다는 뜻이며 '받히다'는 머리나 뿔 따위로 세차게 부딪치다라는 뜻의 '받다'의 피동사다. '밭치다'는 건더기와 액체가 섞인 것을 체나 거르기 장치에 따라서 액체만을 따로 받아내다란 뜻의 '밭다'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이다.

올해 들어 4명의 정치'종교 지도자가 우리 곁을 떠나갔다. 이름하여 무슨 무슨 장(葬)을 치른 이들 지도자들은 미신일지 모르지만 2009년 아홉수를 넘기지 못한 것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존경받았던 김수환 추기경이 2월 선종했다. 김 추기경이 "모두 사랑하세요, 서로 사랑하세요."라고 한 말은 우리 마음 속 깊이 각인됐다. 5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8월 18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숙환으로 각각 서거했다. 8월 31일 천주교 대구대교구 9대 교구장을 역임한 최영수 대주교가 선종하여 우리를 안타깝게 했다.

그분들의 영전에 한 송이 국화꽃을 바치며 영생(永生)의 즐거움을 누리시길 빈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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