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미라보 다리와 아폴리네르

1911년 오늘, 젊은 시인이 파리의 감옥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뇌하고 있었다. 전날 루브르 박물관에서 걸작 '모나리자'를 훔친 혐의로 투옥된데다 애인 마리 로장생이 찾아와 결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 1880~1918)는 너무 억울했다. 절도범이 그림감정을 하러 왔기에 꾸짖은 후 놔두고 간 그림을 돌려주러 갔다가 범인으로 몰렸다. 결국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실연의 아픔과 주위의 냉대를 견딜 수 없었다. 친구 샤갈의 아틀리에에서 밤새 신세한탄을 하며 술을 마셨다. 해뜰 무렵 집으로 돌아가다 센강을 지나면서 지은 시가 바로 '미라보 다리'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나도/흐르는 시간과 떠난 사랑은 돌아오지 않고/미라보 다리 아래 센강은 흐른다'

슬픈 느낌의 시다. 그렇지만 그는 시보다는 미술의 신봉자였다. 초현실주의(surrealism)이란 말을 처음 썼고 피카소, 샤갈 등과도 절친했다. '그림만이 영원토록 나를 괴롭히는 진정한 가치'라고 했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다친 후 당시 대유행하던 '스페인 독감'에 걸려 사망했다. 박병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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