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을 바라보는 재미가 하나 더 늘었다. 그동안 잠룡(潛龍)으로만 분류되던 정몽준, 정운찬씨가 각각 집권 여당과 행정부 수장으로 본격적인 정치력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들처럼 '대권 예비고사'를 치르는 심정은 아니겠지만 대통령실의 '어른'인 정정길 대통령실장도 공교롭게 정씨여서 '3김(金)은 가고, 3정(鄭) 시대가 열렸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정 실장은 최근 청와대 개편에서 정책 조정 역할을 윤진식 대통령실 정책실장에게 넘겨주고 정무에 치중하게 됐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168석의 거대 여당을 이끌게 되면서 비주류에서 일약 집권당의 최고 책임자에 올랐다. 1988년 울산에서 13대 국회에 입성한 그는 6선의 관록을 자랑하지만 지난 국회까지 대부분을 무소속으로 지냈다. 정치학 박사이자 대권후보로도 나섰지만 정치력은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10월 재보선은 정 대표의 첫 정치 실험대가 될 전망이다. 당내 양대 계파인 친이-친박 진영의 갈등을 잠재우면서 여당에 모처럼 승리의 기쁨을 안겨줄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위기이자 기회인 것은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역시 마찬가지다. 정 후보자는 총리 지명 직후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해 "그런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잠재적 대선주자로 분류된다.
정 대표와 정 후보자, 정 실장의 친분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당-정-청 소통이 한층 원활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정 대표와 정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선후배 사이다. 정 후보자는 66학번, 정 대표는 70학번이다. 1978년 정 대표가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유학할 때 정 후보자는 이 대학의 조교수로 재직 중이었고 자연스레 종종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알려진 대로 울산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 5년 동안 울산대 총장을 지낸 정 실장과는 각별할 수밖에 없는 사이다. 아울러 정 후보자와 정 실장은 전직 서울대 교수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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