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차기 정권 창출을 위한 프로젝트가 가동됐나?'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9·3 개각으로 현실 정치에 본격 진입했고,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7일 당 대표직을 맡자 박근혜-정몽준-정운찬 경쟁 구도로 차기 정권을 창출하려는 이 대통령의 기획이란 풀이가 여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풀이는 이렇다. 방점은 경쟁에 찍혔다. 박 전 대표 독주 체제론 국민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을 보면서 이 대통령은 그런 생각을 했을 수 있다. 국민들은 순식간에 관심을 민주당으로 옮길 수도 있다. 그래서 경쟁이 필요하다.
이런 풀이가 사실이라면 이 대통령의 구상은 일단 적절했다. 정 총리 후보자와 정 대표가 박 전 대표와 함께 대권 후보 반열에 오르자 여론이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 후보자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야권 후보로 거론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야권의 힘을 약화시키는 이중의 효과까지 거뒀다. 정 후보자의 발탁과 정 대표의 승계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한 단계 성숙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유럽 특사 파견 직전 청와대를 방문한 박 전 대표와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도 핵심 측근인 최경환 의원의 지경부장관 입각을 용인하면서 이 대통령과 까칠한 경쟁 관계보다는 협력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특히 정 대표의 당 대표직 승계에는 당내 구도를 감안하면 박 전 대표 측의 묵계가 선행돼야 가능한 일이다. 정 대표가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협력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도 두 명의 잠재적 경쟁자가 노출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손해라고 보지는 않는 것 같다. 박 전 대표는 현안마다 자신에게 집중됐던 시선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껴왔던 게 사실이다. 최근 미디어법 국회 통과 과정에서도 박 전 대표는 상처를 다소 입었다.
이런 박 전 대표로서는 잠재적 경쟁자들이 부각돼 대권 경쟁의 부담은 생겼지만 정치적 부담을 덜게됐다. 이 대통령을 싸고 박·정·정 3룡이 펼칠 대권 드라마에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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