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디 흔한 돌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화석에 푹 빠진 청구고 김태완(41) 교사.
7일 학교에서 만난 김 교사의 책상에는 중생대 화석이 한가득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저 까만 돌에 불과하지만 그 하나하나가 값어치를 따질 수 없는 귀중한 연구 자원이다.
김 교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화석은 전남 화순 운주사 경내 경사로 디딤돌로 쓰이던 것이다. 2007년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출제 위원으로 갇혀 지내다 나온 지 일주일 만에 운주사에 들렀을 때 채집했다.
김 교사는 "디딤돌이 50여개 있었는데 첫번째 돌에서 공룡 발자국 화석 같아 보이는 게 눈에 띄더라"며 "경사로를 오르면서 유심히 살펴보니 새 발자국 화석 같았다"고 했다.
가로 90㎝, 세로 70㎝, 높이 11㎝의 이 디딤돌은 얼마 전 학계와 문화재청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물갈퀴 있는 새 발자국' 화석이란 점, 훼손되지 않고 표본 형태로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희귀하다.
화석에 대한 김 교사의 애정은 한두마디로 설명할 수 없다. 전국 어디든 핸드 드릴을 갖고 다니며 화석이다 싶으면 즉석에서 돌을 캔다. 한마디로 '화석 찾아 삼만리'다. 다만 중생대 이후 화석을 집중 분석하기 때문에 고생대 암벽이 주를 이루는 강원도는 잘 찾지 않는다.
그는 특히 국내 유일의 물고기 화석 채집가로 인정받는다. 그가 갖고 있는 물고기 화석은 200여점. 김 교사는 "남들은 절경에 감탄하지만 내 눈에는 암벽 구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며 "화석이 있을 만한 곳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런 열정 덕분에 그는 1998년 중앙과학관이 주최한 전국과학전람회에서 어류화석 관련 논문을 발표해 대통령상을 받았다. 땅바닥만 보고 다니던 김 교사의 노고가 빛을 본 때였다. 그는 "문헌을 통해 인류사를 되짚어보는 것처럼 화석을 통해 지구사를 분석할 수 있다"며 "남들이 흔히 넘기는 것들에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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