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제도 도입에 대해 찬반논쟁이 뜨겁다. 여름에 길어지는 낮 시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표준시간보다 1시간 앞당겨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 제도를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 이 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은 해 뜨는 시간에 맞춰 일찍 일을 시작하면 잠드는 시간도 빨라져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경제적 효율과 가족들의 저녁 여가 시간을 늘리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화 시대에 외국과 시간대를 맞추어 무역이나 외교 관계에서 보다 더 유리한 상황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 또한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유연근무제'를 통해 서머타임제도의 효과를 실험하였다. 오전 8시에 출근하여 오후 5시에 퇴근하도록 한 것이다. 육아나 간병, 원거리 출퇴근 등으로 아침에 1시간 일찍 출근하기 어려운 직원들에 대해서는 이를 강요하지 않았다. 일찍 퇴근하는 직원들은 영화관을 찾거나 자기 개발을 위해 한 시간을 사용하거나 가족들과 근린공원에서 산책 및 운동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특별히 재계에서 관광 및 레저업계를 중심으로 서머타임제도를 반기는 분위기다. 해 있는 동안 늘어난 활동시간에 사람들이 보다 많이 놀러 다니면서 먹고 노는 데 돈을 쓰게 되면 소비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이 제도의 도입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일광시간 1시간 증가에 따른 몇조 원의 생산 및 소비 유발 효과와 전기 에너지 절감 효과를 아무리 강조한다 해도 서머타임제도 도입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 역시 여전히 많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노동환경의 후진성 때문에 근로자들의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8시간 근무가 보장된 공무원들이야 문제가 없겠지만, 일반 직장인들의 정시 퇴근은 눈치 보이는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들도 이른 등교로 확보된 오후의 1시간을 놀이터에서 보내거나 자신의 취미 활동에 할애한다는 기대는 애당초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어진 여분의 시간이 야간자율학습이나 학원수업 연장에 활용될 것은 너무 분명한 일이다. 여성의 입장에서는 정시 퇴근이 보장되고, 자녀들이 더 이상 학교나 학원에 가지 않는다고 해도 가족 부양의 무게가 가중될 것이라는 예감을 떨쳐낼 수 없다. 맞벌이 가정 여성은 정시 퇴근에 대한 압박과 함께 가사활동 분담에 대한 요구를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결국 서머타임제도가 도입된다고 해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실 문제로 에너지 절약과 함께 시간 활용을 통한 삶의 질 향상 효과를 바로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다른 나라에서처럼 이 제도를 시간이 바뀌는 첫날 하루 1시간 일찍 일어나는 고단함을 감수하면 그뿐인 사회적 약속으로 여길 수 있으려면 노동환경의 선진화가 이루어지고, 공교육의 경쟁력을 보다 강화시켜야 할 뿐 아니라 평등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과제는 어제오늘 제기된 것이 아니고 무수히 대책을 강구해 왔지만, 그럴듯한 성과를 경험해 본 적도 없다.
정부의 녹색성장정책 과업 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한 인사는 "서머타임제도를 통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공간 문제의 시간적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피력한 바 있다. 이 말을 바로 들었을 때 매우 그럴듯하다고 느꼈으나 현실적으로 공간의 범위를 수도권지역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그러한 제약이라면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공간적 해결 방식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서머타임제도 도입에 대한 여론 수렴 과정에서 사회 통합과 지역 균형 발전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부디 늘어난 일광시간을 활용하여 얻을 수 있는 생산적 효과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미원 대구경북연구원 부연구위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