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적 화두는 지속 가능한 미래 환경에 모여지고 있다. 이는 새 정부가 국가 비전으로 제시한 '저탄소 녹색성장'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해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 처음 들은 이 단어들은 생소하기까지 했다. 예상치 못한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 우리는 새삼 글로벌시대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수세기는 개발과 성장 위주의 국가적 패러다임이 세계적 흐름이었다. 그러나 금세기 들어 가장 두려운 잠재적 도전은 지구의 기후 변화일 것이다. 이는 인류와 모든 생물의 생존적 도전이며 범세계적으로 대처해야 할 과제이다.
지난달 '녹색성장과 녹색식생활'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국민 건강과 환경 보존을 위한 녹색 식생활 정책의 수립과 녹색 문화 확산의 필요성이 핵심 내용이었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이미 건전한 식생활 개념의 정립과 확산 노력을 위해 '식생활 교육 기본계획 수립'부터 서두르고 있다.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인간의 의식주에서 식생활은 가장 기본이다. 식생활 교육은 건강증진의 개념을 넘어 문화시민으로서의 올바른 가치관 정립에 기틀이 된다. 이처럼 많은 분야에서 녹색성장과 녹색기술개발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녹색성장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푸른 숲이 홍수도 조절하고 쉴만한 그늘이 되려면 적어도 수십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사람은 하루도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다. 그 누구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가장 기초적인 이 사실을 세상에 모르는 이가 어디 있을까? 이는 음식 섭취의 목적이 우리의 건강 유지와 장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식즉명야(食則命也)" 즉 음식이 곧 생명이란 말이 이를 대변해 준다. 이같이 소중한 음식의 재료인 식품은 모두 자연에서 비롯된다. 이렇듯 자연은 인간 생명의 근원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영원한 안식처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들은 맛과 편의 위주의 가공식품과 패스트 푸드에 익숙해져 있다.
현대인의 질병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식생활로 밝혀져 있다. 우리가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식생활 문화는 채식 위주의 녹색식단이며, 이를 바탕으로 우리 국민의 아름다운 체형이 형성돼 왔다고 본다. 최근 한식의 세계화 노력이 한창이다. 김치에 이어 우리의 대표적 전통 음식인 고추장과 된장, 인삼이 국제식품규격으로 등록돼 세계적인 식품으로 대접받게 되었다. CNN 등 세계 유수의 언론들도 최근 한식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그토록 짧은 시간에 어떻게 한국이 신흥 장수국가가 됐는지 의아해 하던 지구촌 세계인들이 그 이유의 하나로 채식 위주의 한식을 지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때를 같이 한 정부의 녹색 식생활 정책 드라이브는 '지산지소(신토불이) 로컬푸드' '친환경 식품소비' '슬로푸드 제철식품' '전통 식생활 문화 계승' '간소한 상차림' '남은 음식 줄이기' 등의 실천적 내용을 포함한다. 필자는 여기에다 꼭 더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이는 우리 식탁의 '개인위생 관리'와 '음주문화 개선' 운동이다. 우리 식탁에는 꼭 바꿔야 할 '함께 떠먹는 된장국 문화'가 있다. 이에 못지않게 술잔을 돌리는 구습도 아직 남아 있다. 이는 특히 지나친 권주(勸酒)의 분위기나 간혹 소위 '폭탄주'란 폐습으로 이어져 개인 건강은 물론 가정과 직장의 행복을 위협한다.
이같이 녹색식생활 운동은 우리의 먹을거리를 바탕으로 한 건전한 식생활 문화로의 개혁이다. 이 운동은 우리 식단의 가치 발견과 국민적 참여를 위한 교육으로써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식품가공산업은 에너지 사용량이 많고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선진국형 산업의 형태이다. 하지만 녹색식생활 운동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탄소저감을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삶의 문화이므로 모든 녹색성장 산업과 활동의 시작으로 삼아야 한다.
권중호 경북대 식품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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