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단에서 40년 넘게 후학을 가르쳐 온 교수이자, 40여권의 책을 쓴 국문학계의 태두 조동일 교수가 고희를 맞아 자신이 쓴 시, 소설, 희곡 등 문학작품을 모아 '조동일 창작집'을 엮었다.
책에는 지금까지 조 교수가 창작한 작품 16편이 갈래별로 묶여 있다. 서울대 재학시절 지은 시 '전주(電柱)' '산사의 한낮' '어느 해거름에' 등이 책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그는 학창 시절 대학신문 첫 문예공모에 소설 '산의 장송곡'과 수필 '채석장 근처'를 써 두 부문에 동시에 당선되기도 했다.
조 교수는 참여 작가의 길을 걸었다. '원귀 마당쇠'는 5·16군사 쿠데타 후 민족통일연맹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뒤 학교 무대에 올린 광대놀이극이다. 1964년에는 무력한 지식인의 좌절을 그려낸 '허주찬 궐기하다'를 써 연극으로 무대에 올렸다. 뒤로도 참여 문학 논쟁에 뛰어들어 다수의 비평을 쏟아냈다. 전업 소설가를 생각하면서 짧은 시간에 소설 세 편을 단숨에 쓰기도 했다. '전우치 수난사'는 고학생이 학문 사회의 두꺼운 벽에 막혀 좌절을 겪는 내용, '너도 먹고 썩 물러가라'는 학원 자율화 정책 이후 탈바꿈한 대학 풍경을, '현키호테 종횡기'는 해외 학위 소지자를 교수로 채용하면서 벌이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 368쪽, 1만2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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