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개인들의 실패는 그 개인 자신의 탓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인 것이고 그 구조는 세계화가 만들어놓은 부분이 크다. 즉 개인의 실패, 개인의 불행은 일국의 문제를 넘어 세계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의 무력감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작가의 말- 중에서
『누란』현기영 지음/ 창비 펴냄/ 300쪽/ 1만원
"'틀'이 억압의 틀로서 작용하지 않는 사회가 지금도 그립다. 전체의 '틀'이 견고하되 개인이 가진 삶의 틀과 부딪히지 않고 그리하여 그 전체의 '틀'이 부드럽게 우리들 개인의 숨을 꿈들 속으로 녹아들어서, 보이진 않으나 마침내 합일하는, 그런 세상이 여전히 그립다."- 작가의 말- 중에서
『틀』박범신 지음/ 세계사 펴냄/ 207쪽/ 1만원
정말 오랫동안 듣지 않았던 칠레의 저항가수 빅토르 하라(Victor Jara'1932∼1973)의 음반을 꺼내어 듣는다. "…내 기타는 대지의 마음과/ 비둘기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네/ 기쁨과 슬픔을 다 축복하는/ 성수(聖水)와 같은 존재/ …나의 기타는 사다리/ 우리가 별에 오르기 위해 만드는 사다리/ 노래하며 죽기로 한 남자…."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만든 노래 은 그의 육신을 폭력으로 무참히 짓밟은 피노체트 군사정권의 어리석은 우려와는 달리 너무나 서정적이다. 마치 그의 목소리는 그가 존경과 헌사를 바쳤던 체 게바라의 미소처럼 부드럽다 못해 선하고 눈부시다. 칠레의 민주화 과정은 이 나라의 그것과 너무나 닮아있다. 절대적 폭력 앞에 죽음으로 저항한 사람들은 이름을 남겼지만 아직도 살아남은 자들은 잃어버린 꿈이나 자신들의 실패보다도 다시는 헤어날 수 없는 무력감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권력을 가진 자들은 폭력을 정당화하고 개인은 끊임없이 절망의 낭하에 빠져들고 있다. 해서 작가 현기영의 장편 『누란』은 오늘을 고발하고 여전히 사람은 희망일 수 있는지를 다시금 묻는다.
소위 좌파 정권이라 불렸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십년이 끝난 지금, 치열한 자기 성찰 없이는 다시는 진보의 길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작가는 우려한다. 결국 노작가는 누군가에게는 이미 흘러간 노래가 될지 모르는 386의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절망 끝에 새롭게 탄생한 자아를 통해 끝내 인간이 희망임을 새롭게 각인시키고자 한다.
이미 1993년 출판된 박범신의 『틀』 또한 파시즘, 즉 폭력에 관한 이야기다. "잘못된 구조의 지배 논리가 어떻게 반복되고 있는지" 또한 그것이 "망가뜨리는 것은 결국 인간다운 삶"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에게는 한 젊은 대학생을 고문하고 죽음으로 몰고 간 폭력 정권에 대해 분노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분노의 시절은 분명 정의로운 것이었지만 아직도 세상의 한편에서 죄지은 자들은 너무도 당당하다. 칠레에는 아직도 독재자 피노체트를 지지하는 시위가 한창으로 이 나라에는 독재자와 그의 망령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어쩌면 빅토르 하라의 노래도 한때의 유행가처럼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잊힐지 모르지만 여전히 그의 노래는 사람이 희망이다.
전태흥 (여행 작가'㈜미래티엔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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