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학생 찾아오는 오지 학교의 '힘'

폐교 위기 영천 자천초, 최근 전입생수 증가세

영천 화북면 자천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민병곤기자
영천 화북면 자천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민병곤기자

"원어민 영어교사를 초빙해 교육수준을 높이고 최신 교육시설을 갖추면 면단위 시골 초등학교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시골 초등학교 대부분이 학생수가 줄고 있지만 영천 화북면 자천초등학교(교장 신건환)의 학생수는 갈수록 늘어 화제다.

1922년 개교한 자천초교는 화북면에서 20㎞ 정도 떨어진 영천시내 학교에서 전입생이 늘어나고 있다. 자천초교의 전입생은 2007년 2명, 지난해 11명, 올해 현재 7명 등으로 증가세다. 전교생 57명 중 1학년 2명, 2학년 6명, 3학년 5명, 4학년 2명, 5학년 1명, 6학년 2명 등 18명(31.6%)이 영천시내에서 농촌으로 온 전입생이다.

자천초교의 학생이 증가한 것은 신건환 교장의 주도로 2007년부터 시작한 총동창회의 모교살리기 사업 덕택. 폐교 위기에 몰린 모교를 지원하기 위해 자천초교 동문들이 1인1계좌 갖기 모금운동을 펼쳐 2007년 9월 원어민 영어교사를 초빙했다.

이때부터 입소문이 퍼지면서 학생수가 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영천시내에서 11명이 전입한 것. 영천시내 학부모들은 소형 스쿨버스를 마련해 자녀들을 집에서 멀리 떨어진 자천초교로 등교시키고 있다.

자천초교생들은 거의 매일 원어민 영어 수업과 개인지도를 받는다. 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후 '보육교실'(1, 2학년)과 '방과후 학교'(3∼6학년)를 운영해 학생들의 특기적성 개발을 돕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경감에도 한몫하고 있다.

총동창회의 지원으로 자천초교는 과학실, 도서관, 어학실, 보육교실, 역사관 등 최신 교육시설도 마련했다. 지난해 완공된 역사관은 이 학교 졸업생들과 은사들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교정도 아주 아름답다. 운동장엔 80여년 된 향나무 7그루와 50여년 된 히말라야시더 8그루가 보현산 자락을 배경으로 푸르름을 더하고 있다.

평교사 때부터 13년째 자천초교에 근무하고 있는 신 교장은 "총동창회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학생수가 늘어나 이전에 화북 면민들과 함께 돌무더기를 치우며 학교를 가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천·민병곤기자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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