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의 중심에 섰다. 국가 수반인 대통령의 정치 행위야 당연한 일이지만 그동안 '여의도'와 거리를 둬 왔던 행보에 비춰보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정몽준 신임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정 대표가 만능 스포츠맨 아니냐. 당이 젊어보인다"고 격려했다. 정 대표가 국회의원들의 입각과 관련, "장관직을 잘 수행해야 동료 의원들에게도 기회가 온다"며 발탁에 대해 사실상 사의를 표하자, 이 대통령은 "경제 문제를 비롯해 정책에 밝고, 두루 신뢰를 받는 분이어서 잘할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다음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회동할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9일 밝혔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와 만날 계획이 있다"며 "가급적이면 이번 주에 만나려고 했지만 일정 잡기가 쉽지 않아 다음주 중에 만남이 이뤄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만남은 표면적으로는 특사 활동 결과보고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부터 4일까지 헝가리·벨기에 등 유럽 4개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현 정부 들어서 두 사람은 지난해 5월과 올 1월, 두 차례 따로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번 회동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아 보인다. 우선 타이밍이 그렇다. 최근 개각에서 친박계인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경산·청도)을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입각시킨 데 이어 차기 대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총리로 내정하는 등 '청와대발(發) 여권 쇄신'이 이뤄진 직후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와의 만남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또 다른 이유는 광복절 경축사에서 정치 개혁 의지를 밝힌 이 대통령이 껄끄러웠던 박 전 대표와의 회동을 통해 어떤 형식으로든 당내 화합용 결과물을 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최근 단행된 개각과 청와대 개편, 향후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10월 재보선 전략과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대비한 포석 등 여권 주도의 정치 지형 변화까지도 대화 주제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 대통령으로서는 요즘 행보가 그동안 강조해온 '화합·소통'을 실천하는 이미지를 만들 뿐 아니라 정치력까지 과시할(?)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아닐 수 없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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