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미술의 아카데믹한 전통을 종식시키고 모던아트로의 전환을 선봉에서 이끈 것은 흔히 표현주의라고 한다. 그것이 지향하는 이념이나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강렬한 원색과 분방하고 거센 붓놀림의 화면이 공통적이었는데 색채를 재현적인 종래의 기능에서 해방시켜 그 자체로서의 표현성을 되찾게 함으로써 색채가 자연의 예속으로부터 벗어나 자율적인 가치와 독자적인 질서를 가지도록 했다.
난폭한 감정 표출이라든가 사회적인 성격을 배제하지 않는 독일 표현주의가 문명과의 직접적인 대결 의식을 표출한다면 김종복 선생의 예술에서 색채의 표현성과 조형성, 색채의 조화에 의해 균형 잡힌 구도, 색채의 화음, 무엇보다 그의 원색적인 색채에 대한 정열은 프랑스 야수파 표현주의와 맥이 닿는다고 보겠다. 자연을 추구하는 선생의 일념은 문명과의 대결은 아닐지라도 그 대척점에 있는 가치의 추구라는 점에서 낭만주의적이다. 원색의 범람, 격렬한 필세, 색채로 부르는 장엄한 풍경의 예찬은 그를 낭만주의자로 보게 한다. 작가는 대상의 사실적인 재현보다는 자신의 감성에 의존하는 표현을 추구한다. 그래서 객관적이기보다는 주관적이고 정신적이지만 그러면서도 감각적인 면이 지적인 구성이나 고려보다 두드러진다. 의도나 계획을 배제하지 않지만 충분히 자발적이고 직접적이다.
주제는 산의 풍경에 집중되어 있다. 각각의 모티프에서 대상의 형태를 관념적으로 재구성하는데 세부 묘사의 대담한 생략과 단순화의 원리가 필연적으로 따르지만 어떤 작품에서든 상상에 의한 가공의 장소들이 아니라 실제 경험에 바탕을 둔 인상에 근거한 풍경들로 보인다. 거기에 색채와 필치의 자유분방함이 더해져 대상을 일정한 패턴의 선입견에서 크게 벗어나게 한다.
낭만주의적 열정은 늘 새로운 이국적 풍경이나 미지의 세계를 동경한다. 그리고 세속과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숭고한 자연의 세계를 열망한다. 그 장소들은 한반도의 남쪽 혹은 북쪽에 있는 산이기도 하고 저 멀리 유럽 혹은 아메리카 대륙 어디에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대지이거나 장관이다. 근작에서는 그런 구체적인 지역의 장소를 떠나 하나의 종합된 인상으로서 보편적인 자연이 새로운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웅장함과 장엄함을 좇던 격정적인 감성은 관조적이고 내성적인 상태로 화려한 색채의 구사는 세련미를 더해 유토피아적인 본향을 향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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