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개명도 좋지만 대학체질 개선부터 해야

대학가에 교명과 과명을 바꾸는 개명(改名)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학(교)들이 신입생 감소와 부실 사립대 구조조정 등으로 무한경쟁에 내몰리면서 이름을 바꿔 위기를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교육 내실화, 취업률 높이기 등 대학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지 않은채 외형적인 변신만 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우려스럽다.

개명 바람은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전국 147개(특수대학 제외) 전문대학중 교명을 바꾼 대학이 상당수 있다. 처음 개교할 때 갖고 있던 이름을 그대로 쓰는 대학은 몇곳에 불과하다. 교명 중 '공업' '전문' 등을 바꾼 것은 시대적 흐름에 맞춰 나름대로 학교의 특성을 살리려는 의도로 이해된다. 그러나 학교 이름을 전혀 엉뚱한 형태로 고치거나 유행이나 첨단을 의미하는 단어를 갖다붙이는 것은 다소 어색해 보인다. 교명을 한 두차례 바꾼 것이 아니라 이미 서너차례 바꾼 대학도 전국에 여럿 있다. 예전에 쓰던 교명으론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지자 '위장 효과'를 노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것이다.

학과'학부 명칭도 마찬가지다.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커리컬륨은 거의 손대지 않은채 단순하게 과명을 고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명에 영어를 갖다붙이고 어려운 한자를 앞세움으로써 신입생을 유인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일부 대학은 청소년들이 현혹될 만한 과목이나 학과를 우후죽순 신설해놓고는 부실한 교과내용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학들의 개명 이유는 홍보효과의 극대화 때문이다. 교명'과명의 변화를 통해 학교'학과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타학교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렇지만 교육에는 최소한의 원칙이 있다. 학생을 뽑아 놓았으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자세가 바로 그것이다. 부실한 교육과정, 실습장비 미비 등 교육여건은 제대로 갖춰놓지 않은채 홍보효과만 노려서는 곤란하다.

맨먼저 대학 체질을 개선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대학들은 학생을 귀하게 교육시키고 사회와 기업에 필요한 일꾼을 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놓았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여건상 쉽지 않겠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챙겨야 할 일이다. 더이상 '조삼모사(朝三暮四)'식으로 학교가 운영돼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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