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화(25·여·대구 북구 읍내동)씨는 지난 4월 문을 연 집 부근 구수산도서관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최신 시설인데다 자료도 새것이어서 자주 찾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공부를 하면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개관과 함께 도서관 지하 1층에 들어섰던 식당이 두 달 전쯤 영업을 중단한 것.
김씨는 "이제 도시락을 먹을 공간도 없다"며 "어떤 사정으로 문을 닫았는지 알 수 없지만 도서관 공간을 비워두는 듯해 아쉽다"고 말했다.
대구의 도서관 식당들이 존폐 갈림길에 놓였다. 경기 불황으로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영업을 중단하는 도서관 식당이 줄을 잇고 있다.
구수산도서관 지하 1층에 입점한 식당은 3개월가량 운영되다 문을 닫았다. 연간 2천900만원의 사용료까지 낸 수탁자는 적자 운영을 지속할 수 없어 영업을 포기했다.
대구의 공공도서관 8곳(중앙, 동부, 서부, 남부, 북부, 수성, 두류, 대봉) 중 중앙도서관과 남부도서관을 뺀 6곳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도서관의 식당 운영 위탁 계약 기간은 2년이지만 낙찰 후 1년 만에 운영을 포기하기 일쑤다. 대봉도서관 1층 식당은 2006년 12월 식당 운영 입찰 공고를 낸 뒤 6번이나 유찰됐다. 도서관 측이 식당 폐쇄에 가닥을 잡고 2007년 3월 마지막으로 낸 공고에서 한 대기업 계열사가 760만원의 입찰가로 낙찰받았다. 그러나 이 계열사도 불과 1년 만에 식당에서 손을 뗐다. 인건비도 안 나왔기 때문이다.
낙찰가도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두류도서관 지하 1층 식당은 2006년 4천720만원이었던 낙찰가가 2008년 3천610만원으로 떨어졌고 올해 초 입찰에서는 2천350만원에 낙찰됐다. 이곳 역시 매년 운영자가 바뀌었다.
도서관도 고민이다. 자료를 열람한다는 도서관 설립 취지에 비춰 식당 공간을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되돌려줄 것인지, 이용객 편의를 위해 식당을 계속 운영할 것인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문을 열 일부 도서관은 아예 식당 공간을 없애고 있다. 내년 문을 여는 수성구 용지도서관(가칭)은 간단한 스낵류나 음료수를 판매하는 매점만 갖출 예정이다.
수성구청 문화체육과 김찬호 도서관운영지원 담당자는 "식당 운영 부실을 우려한 결정"이라며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식당을 없앴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