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장이 꼭 새겨들어 볼 만한 말이 있다. 그리고 그 말을 곱씹어 본 뒤 NO!라고 답해야 할 일이 있다. 새겨들어 볼 말은 세계적인 첼리스트이며 여류 지휘자인 장한나 씨와 더 타임스(The Times) 특파원인 앤드류 셔먼, 두 사람의 말이다.
그들의 말을 들어볼 만한 이유는 두 사람 다 세계를 누비며 글로벌한 감각과 뛰어난 경륜을 축적해온 만큼 객관적 시각으로 한국과 대구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장한나는 이런 말을 했다. "마약과 총기'폭력적인 것들을 손에 쥐기 쉬운 젊은 세대에게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같은 악기를 쥐여주면 미래의 세상이 바뀐다. 중남미의 범죄 빈국이었던 베네수엘라가 그랬다. 그들은 20년 동안 정부 예산 등으로 마약과 총기 범죄에 빠지기 쉬운 청소년들의 손에 악기를 쥐여주는 일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지금은 크고 작은 오케스트라만 300개가 넘는 문화의 나라로 떠오르며 범죄와 마약이 사라지고 있다." 다 같은 나랏돈이라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느냐에 따라 국가 미래의 방향이 갈린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또 한 사람 앤드류 셔먼 특파원은 한국의 국토 개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이 가진 최고의 인프라는 사람이 일군 것이 아니라 하늘이 주신 것이다. 산맥과 강을 보라. 그 멋진 자원이 과잉 관리(개발)로 살해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펼쳐진 환경 정책 가운데 가장 위대한 성공 사례는 한국의 녹화사업이었다. 4대강 사업, 도로 개발 다 좋다. 그래도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나 많은 콘크리트를 자연 속에 또 쏟아 붓게 될 것인가. 중요한 것은 산과 강이지 산으로 가는 도로나 강둑에 들어설 시설들이 아니다."
이제 김범일 시장이 무엇에 대해 NO!라고 해야 하느냐는 답을 드린다. 대구의 모 국회의원이 제안, 권유했다는 '낙동강변 디즈니랜드와 수상 카지노 건설 프로젝트'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강둑 주변 529만㎡(160만 평)에다 카지노와 디즈니랜드, 박물관, 철새 도래지 타워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안이다. 토지 매입과 부지 조성비만 1조 원, 시설 투자는 민자 유치로 때운다고 했다. 얼핏 봐도 부지 매입 조성보다 시설비가 몇 곱이 더 들어가야 하고 조성된 이후에도 외지 '손님'이 와야만 성공할 수 있는 레저 중심 사업이다. 정부 돈 1조 원을 따오는 게 나쁘단 뜻이 아니다. 다만 명색 교육도시가 교육 실적 평가에서 전국 꼴찌를 하고, 지역총생산은 수년째 꼴찌 수준을 못 벗어나는 처지에 1조 원 예산 지원을 강변 놀이터 만드는 일보다 더 생산적이고 긴박한 곳으로 돌려볼 만한 숙원사업은 없는가라는 논의다.
카지노와 놀이랜드가 시끌벅적한 개발지에서 철새 도래지를 감상하겠다는 이상한 사업에 1조 원을 쏟는다면 장한나 씨가 웃을까 울까. 조(兆) 단위가 넘을 시설비는 민간 투자로 유치한다고? 러시아 미르호를 통째 가져와 6천억 규모의 우주 테마파크를 만들려는 대만 쪽 투자자는 대구 쪽은 땅을 거저 준다고 해도 고개 돌리고, 경기도 시장(市長)들을 만나며 땅 사러 다니고 있는 세상이다. 민간 투자는 시장성(市場性)만 본다. 그게 민자(民資)의 생리다. 그들이 외면하면 혈세 1조 원은 허허벌판 낙동강변 들판에 터 닦기 비용으로 뿌려지고 생태계만 깨지고 만다.
총리 내정자가 세종도시의 잘못을 용기 있게 지적했듯이 대구시장도 될 사업, 안 될 사업 가려가며 NO와 YES를 분명히 해야 한다. 어느 것이 더 절실하고 시급한 도시 육성 방안인가를 가려낼 줄 아는 능력은 시장의 의무이고 자질이다. 노련한 행정가로서의 양심은 NO!라고 말하고 싶은데 4대강을 좋아하는 이명박 대통령 얼굴이 어른거려 YES라고 한다면 정치적 감각은 있을지 몰라도 애국심, 애향심 없는 시장이란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지금 정부는 세수 예산이 모자라 국유지까지 팔아치우는(전년의 2배) 판이다. 나랏돈은 단돈 1원도 아끼고 유효한 데만 쓰겠다는 공직자로서의 단심(丹心)이 있다면, 1조 원은 달리 얻어 쓸 방안을 찾고, 강변 프로젝트는 아쉽지만 훗날을 기약하되 아직은 NO!라고 하는 게 옳다.
金 廷 吉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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