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개인이 의사결정을 할 때는 기회비용에 입각해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의사결정을 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기회비용에 매몰비용(Sunk cost)이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매몰비용은 어떤 의사결정과 관련해 이미 발생한 비용으로, 회수 불가능한 비용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놀이공원 입장료를 지불하고 표를 사서 들어간 사람이 집에 급한 볼일이 생겨서 집으로 일찍 돌아올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일단 이 사람이 구입한 놀이공원 입장료 가격은 다시 회수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매몰비용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 사람은 일찍 귀가할 경우에 발생하는 기회비용과 그렇지 않을 경우에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판단할 때 매몰비용인 입장료 가격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매몰비용에 근거해 판단을 내리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의 경우에도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데 유럽의 콩코드 여객기 개발이 대표적인 사례다.
1947년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가 개발된 이후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은 이 기술을 여객기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특히 유럽의 영국과 프랑스는 1962년에 초음속 여객기 개발에 관한 합의를 이루었고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은 이를 콩코드(Concorde: 불어로 협력을 의미함)라 이름붙였다. 선진국의 초음속 여객기 개발 경쟁으로 1970년대 말 이후에는 초음속 여객기가 보편화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믿었다.
그러나 초음속 비행을 위해서는 막대한 연료를 소모해야 하고 승객수도 100명 내외로 제한되며 또한 초음속 비행으로 발생하는 소음 문제를 피하기 위해 항로가 몇 개로 제한되는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이는 결국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 운용하는 것이 경제적 타산이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했다. 미국은 초음속 여객기 개발 및 운용을 1971년에 공식적으로 포기했다. 반면 영국과 프랑스는 초음속 여객기 개발에 이미 막대한 비용이 투자된 점 등을 고려하여 사업을 지속했고 1976년에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의 상업운항을 시작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기술적·경제적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영국의 브리티시 항공과 프랑스의 에어프랑스는 콩코드 운용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콩코드를 제작한 에어버스도 초음속 여객기에 대한 수요가 없어 수지타산이 맞지 않자 결국 초음속 여객기의 유지 및 성능 개선을 위한 투자를 포기했다. 결국 2000년 프랑스 드골공항에서 발생한 콩코드 여객기 폭발사고를 계기로 2003년에 콩코드 여객기 운항이 중단됐다.
결과적으로 영국과 프랑스의 초음속 여객기 개발 및 운용은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막대한 손실을 가져온 불합리한 결정이었으며 이러한 불합리한 결정은 정책담당자들이 매몰비용을 고려하였기 때문에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정상만(대구은행 성서공단영업부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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