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대구가 뿌릴 씨앗

10여년 전 대구는 암울했다.

성서공단에 들어섰던 삼성차가 제대로 가동도 해보지 못한 채 문을 닫았고 대구 경제의 희망이던 '위천 국가산업단지'는 부산의 환경 논리에 막혀 끝내 좌절됐다. 정부의 외면에다 IMF까지 겹쳐 별다른 희망이 보이지 않던 도시였다.

2009년, 지금 대구는 '활기'가 넘친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와 국가산업단지 조성, 2011세계육상대회와 낙동강 물길 정비 사업을 비롯 발표를 앞둔 영남권 신공항사업 등 굵직한 국책 사업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없어 떠나가는 젊은이로 고민하던 대구가 이제는 먹고 살만한 희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체질이 허약해진 대구가 이를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소화 능력'이 부족한 탓이다.

낙동강 물길 정비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무려 10조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지만 대구 건설사들에게는 '남의 잔치'가 되고 있다. 주간사는 고사하고 컨소시엄에 주도적으로 참가할 수주능력을 갖춘 업체가 몇개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정부 재원으로 공사는 지역에서 하지만 개발 이후 가치를 제외하면 공사를 통해 지역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일자리 증가'(현장 인부)와 중장비 동원에 따른 '교통체증'과 '소음' 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소리가 나오고 있다.

착공을 앞둔 국가산업단지도 '기업 유치'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앞서고 있다.

달성군에 들어서는 국가산단의 부지 가격은 3.3㎡당(1평) 100만원 안팎이지만 도로 등 기반이 조성된 50만원 미만 가격의 공단이 국내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있는 기업을 끌어오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물론 지역내에 투자 역량이 있는 기존 기업들이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단지내에 들어설 연구단지를 두고 충북 오송과 경쟁중인 첨단의료복합단지도 대구의 '자생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주도권 싸움을 할 필요가 없는 사항이다.

결국 문제는 내실이다. 마땅히 내세울만한 대표 기업이 없는 대구에서 민간 주도로 희망을 찾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관의 역할, 즉 대구시의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안팎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당정협의회 자리에서도 지역 국회의원들은 '시의 역할 부재론'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는 앞으로 20년, 30년을 먹고 살 씨앗을 이제 막 뿌리고 있다. 물론 샴페인은 이르다. 몇 년 뒤 현재의 '우려'가 '아쉬움'이 되지 않게 대구시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이재협 사회정책팀 차장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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