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통합인데, 지금의 선거구제를 갖고는 동서 간 화합이 이뤄질 수 없다"고 했다. 지난번 8'15경축사에서 꺼냈던 현행 국회의원 소선거구제의 개편 필요성을 재차 언급한 것이다.
이 나라의 골칫덩어리인 지역주의가 소선거구제에서 비롯한다는 인식이다. 1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 1명을 뽑는 제도로는 호남에서 한나라당이, 영남에서 민주당이 의석을 내기가 지극히 어렵다는 이야기다. 현재 18대 의석 분포를 볼 때 일리 있는 현실적 진단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제안하듯이 중대선거구로 간다고 해서 두 당이 '상대 지역'에서 의석을 골고루 확보한다는 보장이 있는가. 지금처럼 정치적 지역주의가 뿌리깊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자기 텃밭'의 의석 수만 더 늘려놓을 공산이 클수도 있는 것이다. 자칫 지역주의를 심화시킬지 모르는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고질적 지역주의는 총선보다 대선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우리의 대통령 선거는 한 표라도 더 많으면 대권을 거머쥐는 승자독식구조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당 할 것 없이 집권을 위해 교활하게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이용하는 게 솔직한 현실인 것이다. 사실 국회의원 소선거구제에서도 지역주의 초래라는 단점은 정치학 교과서에서도 없는, 유별난 우리 정치 풍토의 산물이다. 수준 낮은 우리 정치권이 문제이지 제도 탓은 아닌 것이다.
대통령이 개선 방향으로 언급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특정 정당의 특정 지역 싹쓸이 현상 완화라는 측면에서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의원 수가 늘어난다거나 지금 같은 비례대표 공천의 부작용을 그대로 내포하는 일들은 없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 수는 실망스런 의사당 모습을 볼 때 현재도 많다. 어쨌든 지역주의 극복은 선거제도 개편도 방안이겠으나 정치권 자신의 진정한 각성과 변화가 더 절실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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