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향가에 전하는 사다함'미실 순애보

선덕여왕 시대 역사 담고 있는 화랑세기에 담긴 내용

요새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선덕여왕'은 선덕여왕 시대의 역사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드라마는 장차 선덕여왕이 될 덕만공주가 쌍둥이로 태어나, 신라 왕실 대대로 전해오는 신탁 때문에 열다섯이 되도록 타클라마칸에서 성장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창작이다. 우리나라 사료 어디에도 그런 대목이나 그럴 가능성을 암시한 글귀는 없다. 굳이 타클라마칸과 관계 지으려면 실크로드를 통해 들어왔을, 유리글라스 같은 수입품이 고분에서 발견되었을 뿐이다.

미실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다. 그녀를 권력욕의 화신처럼 수하에 수많은 사람을 두고 정권을 좌지우지하는 여성으로 묘사되어 있지만, '화랑세기'를 보면 그녀는 성적으로 방탕하고 권력을 추구하긴 했지만 그 당시 규범으로는 전혀 문제될 정도는 아니었던 듯하다. 아무도 그녀에게 심한 징벌이나 복수를 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그녀에게는 진정으로 사랑한 풍월주 사다함에 대한 순애보도 있다. 사다함이 전장에 나갈 때 그녀가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향가가 그 책에 전해진다.

바람이 불되 임 앞에 불지 말고

물결이 치되 임 앞에 치지 말고

어서어서 돌아오라

다시 만나 안고 보고

아아! 임이여!

잡은 손을 차마 뿌리치려오.

『화랑세기』 김대문 지음/조대영 편역/도서출판 장락/309쪽/8천500원.

얼마 뒤에 사다함은 승전하여 미실과 결혼할 꿈에 부풀어 돌아온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권력층의 강압으로 세종이라는 귀족의 부인이 되어 있지 않는가. 사다함은 그 슬픔을 이렇게 노래한다.

파랑새여 파랑새여 저 구름 위의 파랑새여

어이하여 내 콩밭에 내렸는가…….

나는 죽어 무슨 귀신 될까, 나는 신병(神兵)이 되리.

그래서 그대에게 날아들어 수호신이 되어

아침저녁으로 전군부처(세종과 미실) 보호하리.

천년만년 죽지 않도록.

『한권으로 읽는 신라왕조실록』/박영규 지음/웅진 지식하우스/1만3천원.

이 사다함은 그녀를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온 지 7일 만에 생을 마감한다. 한편 미실도 사다함의 사망 소식을 듣고 슬퍼하며 절에서 사다함의 명복을 빌었다. 그런데 그날 밤 미실의 꿈에 사다함이 나타나 "나와 네가 부부가 되길 원하였으니, 나는 너의 배를 빌려 다시 태어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하여 태어난 아이가 하종이다.

박지형(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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