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매계약을 하고 잔금을 제때에 치르지 못하면 계약금을 돌려받기 어렵다. 이는 법원 경매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왜 많은 매수인(낙찰자)들이 보증금을 날리면서까지 기위(旣爲) 낙찰 받은 부동산의 잔금을 납부하지 않을까?
그 첫째 이유는 입찰일 전에 현장을 방문해 보니 입지조건과 기대수익성을 두루 갖추었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문의했다는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 있었으며, 입찰 당일 열기로 들뜬 입찰 법정의 분위기가 욕심을 갖게 해 너무 높은 가격을 써내고 낙찰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러 명의 입찰자를 물리치고 낙찰을 받고 보니 차순위(次順位)입찰자와 가격 격차가 크거나, 단독 입찰이었는데 너무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면 낙찰의 환희는커녕 후회를 하면서 잔금 납부를 망설이게 된다.
둘째는 금융권의 대출가능금액이 적거나 어려워 제때에 낙찰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IMF사태 때 쓰러진 많은 기업들의 업무용 부동산을 경매한 결과 대다수 금융기관이 큰 손실을 입었고 최근 2, 3년 동안 이어진 아파트가격의 폭락으로 주택도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인식이 확산돼 은행의 대출영업기조가 보수화됨에 따라 낙찰 잔금 대출액이 줄어들었다. 또 작년의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자신들의 존립기반조차 흔들렸던 금융기관들의 영업방침이 공격적인 영업에 의한 이익보다 손실을 줄여야겠다고 돌아선 요즘, 법원경매에 도전하려면 자금마련 대책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
셋째는 소유권 이전 후에도 등기부상에서 지워지지 않고 매수인에게 인수되는 권리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매각대금으로 소유자의 근로자에 대한 3개월분 임금 및 3년분 퇴직금과 일부 세금을 등기부 및 임차인의 권리에 우선해 배당한다는 것을 간과, 임차인의 미배당보증금을 떠안아야 하거나 유치권 등 기타 인수되는 권리를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구지방법원 본원 경매4계에서 진행한 2005타경57554 강제경매사건인 대구시 북구 태전동 한일아파트의 경우 2006년 3월 13일 첫 입찰에 부쳐진 이래 무려 4명이 입찰보증금을 몰수당하고 난 후인 2007년 9월 18일에야 최종낙찰자(매수인)가 정해졌다. 그 이유는 보증금을 포기한 4명의 낙찰자 모두가 근저당, 가압류 등 등기부상 최선순위 권리와 임차인에 대하여서는 확인을 거치고 그 권리도 분석했으나, 소유자의 직원에 대한 밀린 임금이 등기부상의 권리자 및 임차인보다 먼저 배당됨을 몰랐기 때문이다.
법원경매 경험이 적어 내공이 깊지 않은 대부분 장삼이사(張三李四) 입찰자들은 등기부와 임차인에 대한 권리만 분석하고 입찰에 참가하기 때문에 숨은 권리를 발견하지 못할뿐더러 배당실무에 대한 지식도 없어 이를 간과하기 쉽다.
매각(낙찰) 후 잔금을 납부하지 않아 재매각절차를 진행하는 물건 중에는 가끔 보석이 숨어있다. 보석을 내 것으로 만들려면 남보다 한발 앞서 뛰어야겠지만 당해 부동산에 숨겨져 있을 수 있는 강력한 권리(자신의 임차보증금 전액을 지급받을 때까지 계속적으로 점유·수익할 수 있는 권리 및 소유권 이전 후에도 등기부상에서 지워지지 않는 권리 등)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법률적으로 명확한 분석을 할 수 없다면 '승자의 재앙'(winner's curse)을 맞게 될 것이다.
재매각물건은 재매각 3일 전까지만 낙찰잔금을 납부하면 매각(낙찰)이 유효하기 때문에 초보자들은 '설마 잔금을 납부하겠지'라고 생각하거나, 매각대상 부동산에 자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무서운 권리가 숨어있을 것이라고 겁을 먹은 나머지 재매각(재경매)에 참가하기가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이유로 재매각 물건은 비교적 경쟁률이 낮고 낙찰가격 또한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 경매전문가들이 선호하고 적극 공략할 물건의 범주에 속한다.
재매각(경매)을 하게 된 이유가 잔금 마련을 못하여서라고 판단되면 재매각 당일에, 인수되는 권리가 있다고 판단되면 1회 이상 더 유찰되어 자신의 입찰금액과 인수되는 권리를 해결하기 위한 금액을 합쳐도 수익이 남을 만큼 최저매각(입찰)금액이 저감(低減)된 시점에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
하갑용 리빙경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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