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9 낙동·백두를 가다] 괴나리봇짐엔 뭐가 들었을까?

한두벌 옷·노잣돈·호패는 기본, 선비들은 벼루·연적·미니북도

옛 길손들이 괴나리봇짐에 넣고 다니던 내용물들이 문경새재박물관 1층 전시실에 전시되고 있다.
옛 길손들이 괴나리봇짐에 넣고 다니던 내용물들이 문경새재박물관 1층 전시실에 전시되고 있다.

옛날 길손들의 동반자인 괴나리봇짐. 길손들은 봇짐에 뭘 넣고 다녔을까? 문경새재박물관 1층 전시실에 그 해답이 있다.

한 두벌의 옷은 기본. 한 번 나서면 백리, 천리 길이거늘 돈은 옷과 함께 기본 필수품이다. 노잣돈이 있어야 주막에서 한 잔 술을 걸칠 수 있고, 객주에서 잠을 청할 수 있지 않겠는가.

노잣돈 만큼 중요한 휴대품은 호패. 조선시대 16세 이상 남자가 가지고 다녔던 신분증이다. 관문이나 도성을 넘나들 땐 항상 호패를 지녀야 하고, 호패가 없는 길손들은 통행에 애를 먹었을 수밖에 없다. 지도와 나침반도 지녔다. 특히 나라의 문서를 전달하는 관리들이 '애용'했다고. 지금은 자동차가 있고, 길 안내 시스템이 있지만 옛날은 그렇지 못했을 터. 지도는 휴대와 보기에 간편하게 가로 4㎝, 세로 7㎝에 조선 팔도를 8개 면으로 나눠 책으로 만들었다. 깨알같은 글씨로 지형과 지명, 지명 간 거리를 표시해 둬 요즘의 '지도급'이다. 손바닥 크기의 표주박도 가지고 다녔다. 마을보다는 산이 많고 깊은데다 물도 많고 깨끗해 목이 말라 멈추는 곳이 바로 샘이어서 표주박은 소중한 길동무였다. 새재박물관에는 종이로 만든 표주박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문경새재를 넘나든 가난한 선비들은 과거급제라는 청운의 꿈을 이루기 위해 길을 가다가도 글공부를 했다. 그래서 봇짐엔 항상 '과거 용품'부터 챙겼다. 종이, 가는 붓, 작은 벼루, 붓 씻는 도구, 연적, 먹물 통, 책 등 가짓수가 적잖았다.

이 많은 것들을 모두 봇짐에 담을 수 있을까? 휴대용, 미니로 제작했기에 가능했다. 가는 붓은 지금의 연필보다도 작고, 가늘다. 벼루와 붓 씻는 도구, 벼루에 먹을 갈 때 쓰는 물을 담아 두는 그릇인 연적, 먹물을 넣는 먹물 통 등은 손바닥 안 크기다.

그 동안 공부한 내용을 간추린 요약 책도 있다. 일명 '좁쌀 책'이다. 이 또한 손바닥 크기로 논어와 맹자 등을 깨알 같은 글씨로 축소해 담았다. 봇짐에도 넣고, 봇짐에 넣지 못한 책은 소매에 넣고 다녔다. 짚신 몇 켤레는 낡으면 바로 교체가 용이하도록 봇짐의 끈에 매달았다.

이종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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