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금융자산 증가율이 금융부채 증가율을 크게 앞지르면서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이 1천조원을 돌파했다는 한국은행 보고서가 최근 나왔다. 가파른 주가 상승 덕분에 금융자산이 급증, 개인 금융자산이 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자료를 대구경북지역 금융시장에도 고스란히 적용할 수 있을까? 지역 사정은 딴판이란 것이 지역 금융권의 해석. 전국에서 대구경북이 차지하는 경제 규모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금융자산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금융자산 평가액이 크게 올라가도 대구경북은 그 수혜를 한껏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전국은 개인 재무상태 호전
한국은행의 '2분기 중 자금순환동향'(잠정)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개인 금융자산은 1천825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월 말보다 95조8천억원(5.5%) 증가한 액수다. 개인 금융부채는 818조4천억원으로 15조9천억원(2.0%)이 증가했다.
그 때문에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1천7조1천억원으로 집계돼 사상 처음으로 1천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분기 대비 순자산 증감률은 8.6%에 이르렀다. 2002년 말 관련 통계가 새로 작성된 이후 가장 높았다.
전기 대비 자산 증감률은 지난해 6월 말 1.5%에서 9월 말 -1.2%로 하락한 뒤 12월 말에는 -2.1%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3월 말 3.1%로 다시 상승했다.
자산 증식은 주가 상승 등 평가이익의 영향이 컸다. 자산 증가액 가운데 실제 거래에 따른 액수는 42조7천억원이었고, 나머지 53조1천억 원은 시가 또는 환율 변동 등 비거래 요인으로 증가했다.
부채보다 자산 증가율이 크다는 점에서 개인 재무상태가 크게 좋아진 것으로 한국은행은 판단했다.
◆대구경북은?
대구경북은 전국 인구 구성비로 따지면 10%를 차지한다. 사업체 수 등 경제규모를 따져도 인구 구성비보다 다소 못 미치거나 엇비슷한 경제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금융자산 비중에서 대구경북의 지위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그러다보니 가장 쉽게 잡을 수 있는 금융자산 가치의 상승 기회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집계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민들의 펀드 투자액 등 각 자산운용사가 대구경북에서 받아 운용하는 돈은 전국 비중으로 따져 4.6%(6월 말 기준)에 불과하다. 보수적인 대구경북의 투자자들이 자산운용사에 넣은 돈의 전국 대비 비중은 지난해 9월 미국발 금융위기 시작 때를 정점(당시 점유율 5.2%)으로 이후 급락, 요즘은 4%대 중반을 오가고 있다.
직접 투자를 하는 사람들의 비중도 간접투자 비중과 비슷하다. 한국거래소 대구사무소 조사결과, 지난달 기준으로 대구경북 투자자들의 주식 거래량 비중은 전체 투자자의 4.54% 수준. 간접투자 비율과 엇비슷하다.
거래대금은 더 적다. 전체 투자자 거래액의 3.61% 수준이다. 거래량에 비해 거래대금이 더 적은 것은 코스닥 등 가격이 싼 종목에 더 집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대형주 중심으로 상승세가 지속된 최근의 장세에서 큰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는 추론을 낳고 있다.
한편 안전자산이라는 예금에도 지역민들이 돈을 넣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북의 예금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올 들어 사상 처음으로 6%대까지 붕괴됐다.
10년 전인 1998년 대구경북 예금(예금은행 기준)이 차지하는 비중은 7.3%에 이르렀으나 올 7월 말 현재는 5.6%대까지 내려앉았다.
대구의 증권사 관계자는 "낮은 임금에 따른 가처분 소득 부족에다 수도권에 비해 턱없이 낮은 부동산 가격 상승률 등으로 인해 대구경북의 금융자산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며 "수중에 돈이 없으니 증시에 훈풍이 불어도 투자할 수가 없으므로 수도권 등과 부동산 가치 격차에다 금융자산 격차까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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