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랑 양념, 18번째 '맛있는 나눔'…현암산악회

산행 뒤풀이 규모 줄여 어르신 무료급식

대구 현암산악회 회원들이 20일 낮 12시 수성못 주변에서 어르신들에게 무료급식을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 현암산악회 회원들이 20일 낮 12시 수성못 주변에서 어르신들에게 무료급식을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사회 환원은 종교단체나 큰 기업에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20일 낮 12시, 대구 수성구 두산동 수성못 주변. 대구 현암산악회가 마련한 '사랑의 음식나누기' 행사가 열렸다. 어르신들이 모여들면서 "아, 이 산악회"라고 소곤거린다. 1회성 행사가 아닌 듯하다. 매월 첫째, 셋째 주 일요일에 열리는 무료급식이다.

현암산악회는 2006년 온라인 모임으로 시작한 단체다. 산악회장 정수정(53·건설업)씨는 "산행 뒤풀이 규모를 줄여 매년 연말 복지 시설을 찾아오다 올 들어 나눔의 방식을 바꿨다"고 했다. 벌써 18번째 무료급식이다.

이날 식단은 육개장. 어르신들과 한데 섞여 한 술 뜨니 오래 씹지 않고 넘기기 좋다. 치아 상태가 좋지 않은 어르신들을 위해 씹기 쉬운 재료를 고른 까닭이다. 마른 반찬이나 조금이라도 딱딱한 음식은 피한다. 지금까지 준비했던 식단도 비빔밥, 국수 등 단출한 것이다. 복날에만 삼계탕을 대접했다.

어르신들은 늘 맛있어 한다. "요리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칭찬이 이어진다. 소화량이 적은 어르신들이지만 '한 그릇 더' 청하는 분들이 적잖다. 산악회에서 준비한 150인분이 금세 동난다.

회원 380명 중 무료급식에 나서는 이들은 30명 안팎. 십시일반 마련한 30여만원의 돈으로 식단을 짠다. 무료급식이 정착되기까지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어르신들이 많이 모이는 수성못으로 장소를 선택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무료급식과 관련한 제반 시설을 갖추기가 쉽잖았다. 취사, 설거지를 위한 물이 필요했지만 물을 구할 데가 없었다. 200개가 넘는 밥그릇과 수저 등 장비를 매번 싣고 오가기도 마땅찮았다. 4개월 동안 직접 물을 가져와 국을 끓였고 그릇은 회원 각자 집으로 가져가 씻어야 했다. 음식물쓰레기도 번거로웠다. 회원들의 고충이 뒤따랐다.

지금은 사정이 나아졌다. 수성구 자원봉사센터에서 지원받은 200만원과 현대건설이 지원하는 월 20만원이 이들의 경제적 수고를 덜어준다. 김형렬 수성구청장도 이날 이들의 고충을 직접 겪으며 "수성구에만 20여 민간단체가 간헐적이지만 무료급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암산악회도 추석이 지나면 두산동 주민센터에서 무료급식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