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동일의 대학과 책]석유는 생명이다.

박병구 지음, 『한중일 석유전쟁』(한스미디어, 2008, 2판)

식물이건 동물이건 생명체에 필수적인 생존 요소를 들라면 물, 공기, 햇볕을 꼽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을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필수요소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석유입니다.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의 석유가 몽땅 사라져버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멈추어선 자동차, 수십 층 아파트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 얼어붙은 집안이나 달구어져 찜통이 된 사무실, 암흑 천지인 도시와 촛불로 지새우는 수험생. 그뿐만이 아닙니다. 석유화학제품으로 만든 예쁜 옷이나 편리한 가재도구들의 사용이 제한될 것이고, 페인트로 채색된 아름다운 장식품, 가구, 건물들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매니큐어를 칠한 섹시한 손톱도, 화려한 핸드백도, 앙증맞은 머리핀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박병구 박사의 저서 『대한민국 생존의 열쇠, 한중일 석유전쟁』(한스 미디어, 2008, 2판)은 석유 이야기입니다. 원시생활로 돌아가지 않는 한 인간생활에 필수적인 에너지이자 원료일 수밖에 없는 석유, 이를 둘러싼 전쟁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귀하면 가격이 조금 오르고 흔하면 가격이 내릴 뿐이라는 우리들의 단순한 생각에 경종을 울리는 내용입니다. 확보에 실패하면 한 방울도 얻을 수 없다는 우리의 처지를 꼬집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와 기업이 얼마나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가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특히 최근 블랙홀처럼 석유를 빨아들이기 시작한 중국의 등장 이후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사상 유례가 없는 석유전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더욱 적습니다.

1990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에너지 총생산량이 소비 총량보다 많았던 국가입니다. 소위 에너지수출 국가였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부터 GDP가 7% 이상의 성장을 지속하면서 중국도 에너지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바뀌었습니다. 에너지 수입량을 보면 1990년 1천310만t에서 2000년에는 1억4천331만t으로 10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중국의 석유 소비량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이 앞으로 15년 동안 경제성장을 7% 정도 유지하려면 석유 소비가 4% 이상의 속도로 증가해야 한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중국의 국내 원유 생산량은 2% 정도 증가할 예상이라고 합니다. 국내 보유자원 역시 향후 20~30년 내에 고갈될 것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중국인들의 의식입니다. '땅이 크고 자원이 많다'(地大物博)는 전통적인 관념이 자리한 때문에 자원과 에너지 사용에 낭비가 심하고 자원절약 개념이 희박합니다.

결국 중국 정부는 석유 확보에 공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과 일본 사이의 해양영토 분쟁도 그 이면을 보면 석유자원을 둘러싼 각축전입니다. 이미 중국은 동중국해 해역에서 활발한 석유탐사활동을 벌이고 있고 몇 개의 광구에서 시추에 성공하였습니다. 남중국해에서도 도서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갈등을 진행시키는 동시에 말라카해협 등 석유 수송로의 안전을 위해 주변 국가들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동지역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서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주력하면서 미국이 독점하고 있는 중동 석유의 지분을 차지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와 카스피해의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서 상하이협력기구를 통해 중앙아시아 국가를 개별적으로 공략하는 동시에 러시아와도 직접 승부를 벌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금 석유개발과 확보, 수송, 비축, 정제를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석유가 중국의 생명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가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와 원료를 개발한다는 것은 아직은 요원한 일입니다. 당분간은 석유가 생존요소로서, 재화로서도 최고의 가치를 지녔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불가피한 석유전쟁, 저자 박병구 박사는 결론에서 그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원 수요국 간의 협력, 즉 동아시아에너지협력체를 결성하는 것입니다.

노동일(경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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